그런데 이날 오후 1시 이후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행자부 내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시간 김 장관은 ‘시도 방문’을 위해 대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행자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대전시청에서 지역 현안 등을 들은 뒤 지하철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저녁식사 후 지역 인사와 지방분권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대전에서 묵은 김 장관은 다음날인 23일에는 충남도청을 방문해 역시 지역 현안 사항 등을 듣고 점심식사 후 대전중부경찰서에서 치안간담회를 가진 뒤 새마을금고 창립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마지막 행사로 천안밸리를 방문하게 되어 있는 김 장관이 서울에 도착할 시간은 전공노의 찬반투표가 모두 끝난 23일 오후 6시반경이다.
국가의 살림살이 등 내무를 담당하는 행자부 장관이 지방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역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은 당연한 업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때가 맞지 않다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김 장관의 이날 지방 방문은 수긍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이미 사전에 대전 충남 지역의 주민들과 약속한 것이어서 지방 방문을 미룰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과연 그 약속이 전 국민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전공노의 파업 찬반투표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행자부 내에서도 전날까지 김 장관에게 지방 방문을 연기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이날 지방 방문을 강행한 것을 보면 전공노의 파업에 대한 김 장관의 생각은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실제 김 장관이 이날 오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찬반투표가 가결되더라도 (공무원노조가) 파업 강행은 안 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대응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별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반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전날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조차 위기감을 느끼는 현 상황을 평소 누구보다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다’고 자부해온 그는 왜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현두 사회1부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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