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현두/金행자부 장관의 '여유'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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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강행한 22일. 전공노의 담당 부처인 행정자치부에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퍼졌고 관련 직원들은 투표 상황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1시 이후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행자부 내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시간 김 장관은 ‘시도 방문’을 위해 대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행자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대전시청에서 지역 현안 등을 들은 뒤 지하철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저녁식사 후 지역 인사와 지방분권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대전에서 묵은 김 장관은 다음날인 23일에는 충남도청을 방문해 역시 지역 현안 사항 등을 듣고 점심식사 후 대전중부경찰서에서 치안간담회를 가진 뒤 새마을금고 창립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마지막 행사로 천안밸리를 방문하게 되어 있는 김 장관이 서울에 도착할 시간은 전공노의 찬반투표가 모두 끝난 23일 오후 6시반경이다.

국가의 살림살이 등 내무를 담당하는 행자부 장관이 지방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역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은 당연한 업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때가 맞지 않다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김 장관의 이날 지방 방문은 수긍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이미 사전에 대전 충남 지역의 주민들과 약속한 것이어서 지방 방문을 미룰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과연 그 약속이 전 국민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전공노의 파업 찬반투표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행자부 내에서도 전날까지 김 장관에게 지방 방문을 연기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이날 지방 방문을 강행한 것을 보면 전공노의 파업에 대한 김 장관의 생각은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실제 김 장관이 이날 오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찬반투표가 가결되더라도 (공무원노조가) 파업 강행은 안 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대응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별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반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전날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조차 위기감을 느끼는 현 상황을 평소 누구보다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다’고 자부해온 그는 왜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현두 사회1부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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