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美]盧 "걱정 많았는데 와보니 잘풀려"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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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한국시간) 하루종일 바쁜 일정 에서도 참모들과 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 하루 종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참모들과 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오전에는 숙소인 영빈관에서 워싱턴특파원들과 30여분간 간담회를 갖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일문일답을 가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한미정상회담 전망 등에 대해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신뢰 구축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파원들이 워싱턴에 있으니 부시 대통령을 잘 알 것 아니냐”면서 “한 수 가르쳐 달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파업 및 민주당 신당 관련 등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미국의 선제공격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나로서는 평화 해결의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그 이상의 구체적 문제까지 지나치게 요구하기에는 미국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미리 협상카드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여러 가지 옵션을 열어두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는 점에 동의하나 무력사용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공표됐을 때 한국은 불안해지고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사람도 불안해지기 때문에 당장 무력적 선택을 봉쇄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이 옵션을 열어 두려고 한다”면서 “이 문제는 합의를 해도 공개하지 못하고 합의에 이르지 않더라도 상호 이해를 위해 깊이 있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장관 대리의 회담에서 정상회담 직후 발표할 공동성명 초안에 대한 문구 조정작업이 마무리된 뒤 노 대통령은 수시로 참모들을 불러 최종 문안을 검토했다. 공동성명의 분량은 모두 4페이지에 이르며 북핵문제와 한미동맹에 관한 부분이 2페이지 반, 양국간 경제협력 문제가 1페이지 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단 내에서는 13일자 워싱턴 타임스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론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자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에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은 14일 브리핑에서 “9·11테러 이후 미국은 선제공격의 옵션을 일반적인 원칙으로 채택했다”면서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현지 교민간담회에서 “한국을 떠나올 때는 정말로 걱정을 한 보따리 싸가지고 왔다. 그러나 오늘까지 와본 결과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회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현지의 노사모 회원들이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노무현’을 연호하자 “선거 때는 노사모만 사랑했다. 이제는 어느 한편의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모두 다 사랑하겠다”며 “노무현이 과격한데 한미관계를 잘 풀어갈지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어느 누구보다 훌륭하게 과업을 수행할 것을 자신있게 약속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3일 오후 워싱턴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숙소인 백악관 영빈관에 여장을 푼 뒤 14일 하루 동안 미 하원 지도부 간담회, 미 상공회의소 및 한미재계회 연설, 우스로 윌슨센터(WWC)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공동주최 간담회 등을 통해 미국 내 유력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노무현 알리기’도 계속했다.

WWC-CSIS 주최 간담회에는 샘 넌 전 미 상원 외교위원장,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전 미 국방장관 등 미국 내 안보문제 전문가 7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간담회에서는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느냐’는 등의 예민한 질문이 쏟아졌으며, 노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이 안된다면 결국 무력사용뿐인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참배했고 링컨기념관도 방문했다. 권 여사는 따로 백악관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와 1시간여 동안 환담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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