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군지휘관들에 자주국방 거듭강조

  • 입력 2003년 5월 7일 14시 22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주한미군 문제가 정치적으로 설왕설래했지만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하게 돼있고, 우리 국군이 새롭게 맡아야 할 일이 있다"며 "이런 변화의 고비만 넘기면 우리 군은 스스로 나라를 보위하는 자주국방국가의 자주군대로 떳떳하게 자리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47명과 오찬을 함께 하고 "내 임기 말 쯤이면 군의 위상이 많이 달라질 것이며, 우리 군이 자력으로 그때그때 위협을 충분히 방위할 수 있는 자주국방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주한미군이 어떻게 되면 한국의 안보가 곧 무너지는 것 같은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한미군의 전략 변화와 상관없이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준비를 갖춰 나가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공정한 인사를 통해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잡음은 없도록 하겠으며, 전역 군인의 사회적응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군인은 안심하고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과 관련,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회담 형식에 국민의 아쉬움이 있지만 나쁜 회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대화가 지지부진하거나 시원치 않아도 북미대화는 없는 것보다 낫다"면서 "대화에 들어가려고 멍석도 깔지 못하게 하면 우리가 손해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6일 오후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으로부터 중장기 자주국방 계획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국방예산 증액 문제와 국가경제가 상호보완되는 방향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희상(金熙相) 대통령 국방보좌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 인사말 전문

전군 주요지휘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단히 반갑습니다. 국방장관님, 어- '님' 자 붙이지 말라고 했는데. 국방장관 인사말 잘 들었다. 마음을 편안히 가져달라. 여러분을 보면서 내가 대통령이라는 점이 실감났다. 마음으로 느끼는 심정은 든든하다는 느낌이다.

그동안에 우리 군이 고생을 많이 해왔다. 해방되고 통일된 국가가 아니고 절반의 국가를 세워놓으니까 남북간에 전쟁을 치러야 했고, 그 전후해서 내부적 갈등 때문에 군이 거쳐온 역사가 어려웠다.

어려운 시절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군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때는 군인이 정권을 잡아서 재미 본 사람도 있지만 군 전체로는 명예가 실추됐다. 군사정권 욕하는 게 우리 군이 욕을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하고 스스로 보기에도 떳떳치 않은 그런 시절을 지냈다.

대북방위가 제일 중요한데 북한이 화해 협력의 동반자로 자리 매김 되면서, 어떤 법은 적이고 반국가단체로 돼있고, 어떤 법은 교류와 협력의 절차를 만들어놓고. 주적 표기를 어떻게 할지도 갈등을 겪어왔다.

대선 때 우리 국방 수준이 어느 정도면 좋겠느냐, 앞으로 군 전투력을 어떻게 유지할 거냐 같은 질문을 받아야 했는데, 주적이 누구냐 질문을 받아서 난감한 그런 시대를 아직도 살고 있다.

여러분의 어려움이 많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런 가운데 우리 목표는 분명하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튼튼한 안보를 유지해야 한다. 또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군의 역할은 조금도 가벼워질 수 없다.

주한미군 문제가 정치적으로 설왕설래했지만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하게 돼있고, 거기에 우리 국군이 새롭게 맡아야 할 일이 있다.

이런 변화를 겪고 있으나 이 고비만 넘기면 우리 군이 과거처럼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고,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민 앞에 떳떳한, 스스로 나라 보위하는 자주국방국가의 자주군대로 떳떳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어려움을 잘 현명하게 이기면서 극복해달라.

나에 대해 여러 의심하는 얘기가 많았으나 마주앉아 무릎 맞대고 대화하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몇 가지 부분에 대해 세밀한 부분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이런 기회에 질문도 해주시고 토론하자. 저와 여러분이, 그리고 국민이 목표를 공유하고 다듬어 가십시다.

내 임기 말쯤이면 군의 위상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두 가지를 약속하겠다.

하나는 공정한 인사를 통해서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사기를 떨어뜨리는 잡음은 없도록 하겠다.

두번째로 우리 군이 자력으로 그때그때 위협을 충분히 방위할 수 있는 자주국방태세를 갖추겠다.

기왕 말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약속하겠다. 군의 복지와 전역 군인의 사회적응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군인은 안심하고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주시고, 보탤 말이 있으면 맺음말 순서가 있으니 또 보태겠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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