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新黨 본격화]“창당 불가피” vs “불법쿠데타”

  • 입력 2003년 4월 2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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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는 ‘친노 신당 추진파’ 의원 22명이 28일 신당 창당 추진을 공식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민주당의 신당 창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이들 의원은 최고위원 전원 사퇴와 당내 신당추진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어 구주류는 물론 기존 당지도부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창당 위한 선도투쟁’ vs ‘쿠데타적 발상’=친노 신당 추진파들은 신당추진위 구성 요구를 ‘신당 창당을 앞당기기 위한 선도적 행동’(신기남·辛基南 의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유재건(柳在乾) 정장선(鄭長善) 문석호(文錫鎬) 의원 등 서명파이면서도 신당 창당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의원들과 비서명파의 장영달(張永達) 이재정(李在禎) 의원도 참석해 신당추진론의 파고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당내 각 개혁그룹 간사급 의원들도 이날 조찬 모임에서 “민주당의 리모델링 수준으로는 안된다.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 헤쳐모여식으로 신당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선대위 본부장급 모임에 참석한 이해찬(李海瓚) 의원도 “민주당의 형식을 가지곤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헤쳐모여식 신당론이 본격화하는 데 대한 당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이날 저녁 친노 신당파 모임에서도 지도부 사퇴 등 ‘혁명적 방식’의 신당추진론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게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했다 도중에 퇴장한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우리가 공신력 있는 세력으로부터 위임받은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신당은 안된다”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당무회의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해당 행위요, 불법 쿠데타이다”고 발끈했다.

▽민주당 안에서 만드느냐, 당 밖에 만드느냐=친노 신당 추진파는 일단 당내에 신당추진위를 구성해 신당 참여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모임에 참여한 이강래(李康來) 문석호 의원 등은 “신당은 뺄셈 개념이 아니라 당내외 제 정파를 전부 참여시켜 호남을 배제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며 “민주당이 주축이 된 통합신당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신당 추진파는 이를 위해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당내의 4, 5개 개혁그룹 모임을 하나로 집결시키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당 추진파들이 당 지도부 사퇴와 신당추진위 구성 등 ‘초법적’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민주당 내 중심의 신당 창당’의 성사 여부를 좌우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구주류는 물론 신주류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 같은 ‘과격한’ 방식의 신당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어, 당내 신당추진위 구성안 등이 당무회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위원과 당 지도부도 사퇴요구를 받아들일 태세가 아니다.

신주류의 좌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도 이날 신주류 오찬에서 “당을 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실정치에서 대세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신당은 ‘주장’으로 끝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천정배(千正培) 신기남 의원 등 신당 추진파가 지도부 사퇴 등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당내에서는 “일단 민주당 내 신당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 등의 방법으로 당 밖에서 헤쳐모여를 시도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신당 추진파의 한 핵심의원은 “일단 당내에서 60, 70명의 신당추진 동조세력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낡은 세력, 기회주의 세력에 미련을 두지 않고 확고한 개혁의지를 가진 당 안팎의 30, 40명으로 당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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