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찬양고무-불고지죄등 사실상 수사 손뗄듯

  • 입력 2003년 4월 22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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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국회청문회를 하루 앞둔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진보적 성향을 보여줬다.

그는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해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지를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진보적’ 국정원장 후보자=고 후보자는 국정원의 수사권과 관련해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북한 및 국외와 연관성이 없는 국내 보안범죄에 관한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밝혀 내줄 것은 내주고,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내부에선 국경 없이 벌어지고 있는 각종 범죄의 국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수사권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고 후보자는 일부 수사권은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고 후보자는 특히 “북한 및 국외 관련 보안범죄에 대한 수사도 인권 및 형사소송법상의 권리침해가 없도록 엄격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인권 국정원’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국정원의 존립 근거 법령’이라고 일컬어지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상 고무 찬양 동조 등의 조항이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국내외적으로 받고 있다”며 “국민의 사상 양심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없도록 개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총련 수배자 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한총련의 변화를 고려할 때 형사정책적 고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개혁방안=고 후보자는 국정원의 개혁방향으로 △정치 개입에서 벗어나는 탈정치화 △수사권 남용과 인권유린의 시비 해소 △평화번영정책, 동북아경제중심 등 국정과제 수행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방향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 후보자는 국내외 정보업무의 분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국정원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안보, 환경안보, 사이버 안보 및 테러 마약범죄 등 정보 업무와 관련된 최근의 현안들은 국내 및 해외업무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얽혀있기 때문에 국내외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을 국내 정보기관과 해외 정보기관으로 분리할 경우에는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국내 정보 수집 업무의 범위와 방법과 관련, 고 후보자는 기존의 정보 관련 업무는 수집 평가 및 정책결정 과정의 참고 자료로서 의견 제출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국정원이 업무 영역을 가능한 한 해외 정보부분으로 집중시켜 기존의 업무영역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고 후보자는 정보 수집 방법에 있어 비노출 간접 방식을 원칙으로 해 위압감이나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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