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3者회담]美-日-中 전문가 진단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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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베이징 3자회담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3자회담 개최를 북한과 미국 양자가 불가피하게 한발씩 양보해 이뤄낸 절충의 산물로 분석했다. 또 앞으로 복잡다단한 진행과정에서 다소의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한국과 일본이 다자회담에 참석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아인혼 美전략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17일 “아직은 베이징(北京) 3자회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이지만 한국이 빨리 회담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본질적이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단 회담이 열리게 된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이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중국은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참가하지 못한 채 회담이 시작되는데….

“한국과 일본은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그들이 빨리 참가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도 그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3자회담에서 한국의 참가가 대단히 중요한 토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나.

“중국은 미국과 북한 양측에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측에 대해서도 북한 핵문제에 보다 융통성 있게 대응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회담을 다자회담이라고 볼 수 있는가.

“3자회담은 다자회담으로서는 최소 규모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잠정적인 타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아직은 너무 초기 단계여서 전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현재 유예돼 있는 핵 재처리를 계속 중단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발사를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할 것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오코노기 마사오 日게이오대교수▼

“회담의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9·11테러’ 2주년이 되는 올 9월11일 이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때까지 협상에서 명확한 진전이 없다면 사태가 다시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당사자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사진)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17일 “이번 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라크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기 전에 이뤄진 것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북한 핵위기는 이제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 미국 중국 등 3국회담에 대해 “다자간 회담의 의제와 방식, 참가국, 시기 등을 결정하기 위한 예비협상의 성격이 강하다”며 “5월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다자회담과 관련한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담이 한국과 일본을 배제한 상태에서 시작된 것은 북-미대화의 형식을 포함해 복잡 미묘한 문제들을 사전에 협의할 장(場)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맥락에서 다소간의 진통은 있겠지만 미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한국과 일본이 다자회담에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미 양자대화를 주장해 온 북한이 다국간 협의에 응한 데에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며 “한국 정부가 이라크전쟁 파병을 결정하는 등 친미 노선을 분명히 해 북한이 고립상태에 빠진 것도 북한을 대화 무대로 이끌어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회담 전망과 관련해 오코노기 교수는 “미국은 한반도 핵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핵 시설의 동결이 아닌 완전폐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 대가로 대규모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 일본이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북한도 미국과의 불가침조약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향을 내비치면서 미국이 제안하는 ‘문서에 의한 불가침 보증’ 형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한진서 中사회과학원교수▼

한전서(韓鎭涉·사진)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3자회담 개최에 대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고육책”이라며 “대화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미국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한국으로서는 회담에서 배제된 것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3자회담이 마지막까지 갈 구도가 아니라 극히 초보적인 ‘준비회담’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한다면 비판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3자회담은 회담의 틀과 의제 등 골격을 정하는 예비회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한 교수는 “3자회담이 도출된 것은 북한과 미국 모두 한발씩 양보한, 북한의 양자 대화와 미국의 다자 대화 주장간의 절충 결과”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당초 핵 문제는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에 대한 대응조치로 나온 것이라며 북-미간 직접 대화를 고집해 왔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는 국제 문제라며 다자간에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북한은 후견자격인 중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실질적인 양자 대화의 틀을 갖춘 데 대해 위안을 하고, 미국은 중국을 포함시킴으로써 모양상 다자 대화의 형식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한국의 회담 참여에 대해 “북-미 양자가 어느 정도 신뢰 분위기가 형성되고 핵 해법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다자 틀이 필요할 것이며 이때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회담 전망에 대해 “단일 의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닌 만큼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복수의 다자회담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핵과 체제안전 문제는 북-미간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고 한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또는 러시아 일본까지 포함되는 6자가 보장을 하며, 핵 사찰은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에, 경제지원 문제는 한국과 일본 또는 유럽연합(EU)까지 참여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중국의 역할에 대해 한 교수는 “중립적 입장에서 북-미간의 중재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 개발과 북한의 붕괴 모두 중국의 국익에는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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