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설훈의원 '사진입수 시도' 공방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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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지난해 10월 최규선(崔圭善)씨와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확보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전 총재의 20만달러 수수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설 의원의 사진 입수 시도는 청와대의 기획으로 시작된 20만달러 수수설 폭로 공작의 산물”이라며 7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를 이슈화할 태세고, 민주당은 문제의 사진이 ‘이회창-최규선 커넥션’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사진 입수가 무산된 직후 검찰이 설 의원의 제보로 사진확보에 나서는 등 여권에 의한 ‘청부수색’ 흔적이 역력하다”며 “허위 폭로도 모자라 사진을 이용하려 한 것은 국회의원 신분에 맞지 않는 비열한 정치 공작”이라고 공격했다.

같은 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설 의원이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해놓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사진을 구하려 한 것”이라며 “공인으로서 또 다른 거짓말을 준비하려 한 것은 공작 정치 수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은 “검찰조사로 문제의 사진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지난해 설 의원의 폭로 직후 ‘최규선씨를 잘 모른다’고 했던 이 전 총재의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이 설 의원의 요구로 마지못해 사진 확보에 나선 데다 그 이후에도 사진의 존재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등 ‘이회창 대세론’에 편승해 눈치보기로 일관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규선씨의 전 운전기사 백모씨가 문제의 사진을 갖고 있어 이를 확보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3억원을 먼저 주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 백씨의 돈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입수가 불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백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최씨의 수첩 중 이 전 총재와 관련된 대목을 거론하며 ‘20만달러 수수설은 다 맞는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20만달러 수수설이 사실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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