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회의원 "파병안 비밀투표 하자"

  • 입력 2003년 3월 27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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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는 27일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의 ‘28일 처리’ 방침을 거듭 확인했으나 ‘반전·평화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전원위원회’ 소집을 추진하고 나서는 등 반발 기류가 갈수록 거세 파병안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원위원회 소집 논란=전원위원회란 의원 전원이 참여하여 특정 안건을 심의하는 제도로 국회법(63조2항)에 규정돼 있다.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이호웅(李浩雄) 의원 등과 개혁국민정당 김원웅(金元雄) 대표 등이 주축이 돼 27일 서명작업에 착수해 하루 동안 50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28일 본회의 직전까지 서명작업에 나선다는 복안이나 현재로선 소집 요건인 재적의원 4분의 1(68명)의 서명을 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68명 이상 확보하는 데 성공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진다. 전원위원회는 2일 이내, 1일 2시간의 범위 내에서 안건을 심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파병안 처리가 자동으로 하루 연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굳이 전원위원회를 소집하지 말고 표결 전에 충분한 토론을 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날 현재 찬성토론 신청자는 2명, 반대토론 신청자는 10명.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의원들의 요구가 있으면 수용하겠다. 어떤 방식으로든 충분히 토론하고 표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밀투표로 할까?=일부 의원들은 여야 총무들에게 찬반의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전자투표 대신 ‘비밀투표’를 제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반전여론이 거센 데다 일부 시민단체가 파병 찬성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내년 총선 때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의원들이 투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총무가 합의해 국회의장에게 건의할 경우 비밀투표로 표결을 진행할 수는 있으나 비판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 여야지도부의 고민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가적 현안에 대해 소신껏 투표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비밀투표를 할 경우 국내외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다른 의원은 “전쟁을 찬성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찬성한 것을 놓고 낙선운동 운운하고 있으니…”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복잡한 민주당=한나라당은 민주당 내 의견 통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이 이날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당론이 뭐냐. 당내 의원들을 좀더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정 대표는 “파병동의안을 가결 처리한다는 것이 권고적 당론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고민을 이해할 만한 의원들마저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곤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국익에 대한 당내 인식이 분분한 만큼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서라도 국가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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