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본주의식 公債 첫 발행…인플레이션 진정위해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58분


코멘트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자본주의식 공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주머닛돈을 모아 경제 회복에 필요한 국가 자금을 만들고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시작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 발표 내용〓북한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문일봉 북한 재정상은 26일 밤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6차 회의에 나와 올 예산수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 예산수입에서 ‘여유화폐자금’을 효과적으로 동원·이용하기 위해 ‘인민생활공채’ 발행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인민 경제 모든 부분, 모든 단위에서 수입 원천을 최대한 동원하기 위한 투쟁”이라며 “인민의 숭고한 애국심과 공민적 자각에 의거하며 국가가 책임지고 그 상환을 담보하는 국가신용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핵심은 내부 효율성을 높이고 대외 개방을 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핵문제 때문에 외부에서의 지원이 기대대로 되지 않자 국채 발행을 통해 내부의 에너지를 모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는 임금과 가격을 올리고 생산 주체의 자율성과 노동에 대한 물질적 인센티브를 높여 재화의 생산량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공급이 생각만큼 늘지 않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자 국가가 공채라는 명분으로 유통되는 돈을 강제로 줄이려는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