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교육부총리 '가벼운 처신' 논란

  • 입력 2003년 3월 9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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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설익은 대입제도 변경 의사를 내놓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미 시행에 들어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가 취소하는 등 가벼운 처신이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부총리는 8일 오전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전교조 등이 반대하는 NEIS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제가 많은 것 같아 유보해야 할 것 같다"며 "이 제도를 반대하는 측의 의견도 들어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할 때까지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윤 부총리는 "일부 시행에 들어간 곳은 중단시키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별로 관리해야 하는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의 자료를 NEIS로 97% 이관한 상태에고 1일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유보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당황한 교육부 실무자들이 윤 부총리에게 경위를 확인한 결과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기 위해 대구에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방송국에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 인터뷰를 했는데 다음날 생방송처럼 나갔다"며 "교직단체의 의견을 들어보고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정리해 달라"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 S고 교장은 "전교조가 반대한다고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고치느냐"며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너무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업무보고도 받지 않고 NEIS 유보를 즉흥적으로 발표해 황당했다"며 "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다음엔 어떤 말을 할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부총리는 임명이 발표된 6일 저녁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입제도와 관련 "수능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 비중을 늘려 과외를 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7일 취임 뒤 기자회견에서도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학생부 성적으로 전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일선 학부모들은 "또 대입제도가 바뀌는 것이냐"고 문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수능시험 자격고사화도 실무자들은 "여러가지 장단점이 있는 만큼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며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꾼다고 과외가 없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부총리가 '교사 다면평가제' '수능 자격고사화' '서울대 법인화' 등 민감한 사안을 너무 불쑥불쑥 한다"며 "다시 이해찬장관 세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직원들은 "과거에도 특히 교수출신 장관들이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새 부총리는 최소한 6개월 동안 일하지 말고 업무를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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