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검찰 덮친 2차 人事태풍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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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이 술렁거리고 있다. 특히 3일 고검장급(사법시험 12∼14회)이 맡던 법무부 차관에 사법시험 17회의 정상명(鄭相明·검사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내정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검찰 내부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한 일선 검사장은 “기수가 높다고 해서 모두 반(反)개혁적이란 말이냐”며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마당에 왜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대검의 한 간부도 “(청와대의) 당초 취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시 17회의 차관 내정은 선배 검사장들에게 나가란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격앙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 41명 가운데 정 차관내정자보다 선배 기수는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을 제외하더라도 31명에 이른다. 서열로 따지면 ‘파격’이라기보다 ‘파괴’에 가까운 셈이다.

검찰 고위 간부들은 청와대의 전격적인 법무차관 내정 방식에 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법무차관을 결정한 이번 인선은 과거 정권의 ‘구태(舊態)’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이는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초 약속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2일 법무차관의 인선 기준과 시기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도 이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

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하자 용퇴 의사를 밝혔던 사시 12회 간부 3명 중 일부는 “(청와대가) 검찰을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흔들 경우 용퇴 여부를 신중히 재고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간부들은 정 차관내정자가 능력을 검증 받은 인물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차관내정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측에 고사한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측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검찰 내부에 감돌고 있는 난기류를 감안, 10일경 이뤄질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인사에서는 파격을 최소화하고 ‘안정’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검찰 간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법무차관이 사시 17회 인사로 내정됨에 따라 법무부 실·국장들은 모두 후배기수인 18, 19회로 할 수밖에 없어 18, 19회 나아가 20회까지 검사장 승진이 대거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검찰총장 동기생인 사시 12회는 물론이고 13회 가운데 일부도 용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인사 폭 또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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