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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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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 거부권 논의가치 없다"▼
한나라당은 특검법 통과 후 민주당과 검찰을 중심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촉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며 강하게 성토하는 분위기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제 특검제 논란은 막을 내렸다. 이성을 잃은 정치적 장난에 일일이 대꾸할 시간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서울지검 형사9부가 ‘특검수사는 적절치 않고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수사유보를 선언했다가 이제 와 다시 수사를 하겠다는 검찰의 행태를 국민이 용서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특검의 발목을 잡으려는 민주당과 정치 검찰이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고,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검찰의 태도가 가증스럽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날치기’ 주장에 대해서도 발끈하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국회의장이 특검법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에 본회의 참석여부를 공식 타진했고 의사일정 진행 사항도 모두 고지했던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은 일부러 회의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여야간 타협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이 총무는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15일 내에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이의서를 붙여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으나 법안 일부를 수정해 요구할 수는 없다”며 “여야가 재협상을 통해 법안을 재수정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게다가 당 내부에 고건(高建) 총리 인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어 특검법과 관련해선 더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민주당 "날치기 원천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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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8일 의원 간담회를 열어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된 특검법은 원천 무효다. 국익과 남북관계를 고려해 거부권 행사를 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전달키로 했다”고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 건의’ 등 특검법 사후 처리 방식을 놓고 내부 기류가 무척 복잡하다.
이날 의원 간담회에서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단독처리해 놓고 국회를 존중해 달라며 협박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 권한뿐이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정범구(鄭範九) 김성호(金成鎬) 의원도 “한나라당의 허구적 다수결 주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현대의 몰락은 대북 교류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를 당장 당론으로 정해서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협(李協) 최고위원과 김명섭(金明燮) 김성순(金聖順) 의원 등 대다수 의원들이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신주류측 이상수(李相洙)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당과 청와대가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면 노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반대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동교동계 및 호남 출신 의원들과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신주류측 의원들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결국 논란 끝에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당론으로 ‘건의’하지는 않고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당내 기류를 가감 없이 전달하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한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이미 통과된 법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이 특검법을 반려하고 정치권이 특검기간을 2개월 정도로 줄이고 대상도 제한하는 등 다시 협상을 벌여 재의(再議)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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