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시대/권양숙여사]"잡음없게…"친인척관리 각별신경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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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절대 몸가짐에 유의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수행하시는 데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25일부터 ‘퍼스트레이디’가 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건호(建昊) 정연(精姸)씨 부부 등 친인척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이렇게 말했다.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권 여사는 취임 전부터 ‘조용하고 잡음 없는 청와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고 전했다. 그만큼 친인척들의 부정부패로 국정 혼란을 겪었던 역대 정권의 전철을 결코 밟지 않겠다는 게 새 청와대 안주인의 최대 목표라는 것이다. 권 여사는 이를 위해 최근까지 여성계 인사들을 만나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구해 왔으며 얼마 전에는 고려대 함성득(咸成得·행정학) 교수가 쓴 ‘영부인론’이라는 책도 꼼꼼히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권 여사도 보육 문제 등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가져 온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퍼스트레이디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의 사회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육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 부인의 수행을 전담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장에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김경륜(金敬倫·여)씨를 발탁한 것도 권 여사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제2부속실 관계자는 “당분간 외부 활동은 자제하겠지만 충분한 준비를 거쳐 올해 중순부터는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권 여사는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첸치천(錢其琛) 중국 부총리의 부인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노 대통령의 동북아 중심국가론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권 여사는 청와대로 들어오기 하루 전인 24일 오후 5시반경 청와대로 이삿짐을 옮기는 작업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24일 오후 5시경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이삿짐이 청와대를 떠난 후 노 대통령 내외의 이삿짐이 청와대로 들어왔다. 이삿짐은 2.5t 트럭 한 대 분. 옷가지와 책 3000여권, 분홍색 벚꽃을 담은 유화 등 그림 5점 등이고 노 대통령이 78년 변호사 개업 기념으로 선물받은 후 꽃 필 때마다 좋은 일이 있었다는 관음죽(觀音竹)도 청와대로 옮겨졌다.

명륜동 자택에 있던 가구와 전자제품 등은 건호, 정연씨 부부에게 나눠줬다. 전 안주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로부터는 25일 “잘 키워달라”며 청와대에서 길렀던 삽살개와 진돗개 2마리씩을 넘겨받았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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