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출범 경제계 표정 "기업하기 좋은 환경됐으면…"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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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장인 국회엔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기업들은 이날짜 일간지에 대대적인 축하광고를 내고 ‘참여정부’의 출범과 성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지켜보는 재계의 속내는 그다지 편치 않아 보인다.

새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와 SK에 이어 한화그룹으로 번지는 검찰수사로 재계는 잔뜩 얼어붙은 모습이다. 이날 주식시장도 폭락세로 마감해 대통령 취임 당일 주가가 하락하는 한국증시의 징크스가 재연됐다.

▽긴장하는 재계=일단 새 정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 보인다. 주요 대기업들은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SK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하던 검찰수사가 한화 등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는 삼성 LG 두산 등은 “지분 상속이나 증여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논리로 대응하겠지만 솔직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2세에 대한 변칙증여 논란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전문그룹을 지향하는 그룹의 모토와 새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한다”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불투명한 경제여건도 기업엔 부담이다. 내수에 이어 수출마저 급격히 위축되면서 연초 잡아놓은 투자 및 매출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1월 경기상황을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몇 개월 더 경기가 위축된다면 연초 설정한 투자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이 경제성장과 재벌개혁을 아우르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취임한 이상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재계는 위기 관리를 강화하고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을 고양하는 것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가 24P 하락…600선 붕괴 ▼

▽미국발 악재가 노풍(盧風) 잠재워〓25일 주가는 폭락한 반면 채권값과 원화값은 소폭 올랐다. 전쟁 우려감으로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미국발(發) 불안심리가 한국 등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4.04포인트(3.90%)나 떨어진 592.25에 마감돼 7일 만에 6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종합지수도 43선 아래로 추락했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상무는 “북한이 전날 미사일 실험을 한 것과 신용카드 및 은행의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기보다는 파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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