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정신적 지주’ 송기인신부 苦言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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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도 원래 가졌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초심(初心)을 말이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송기인(宋基寅·65·천주교 부산교회사연구소 소장·사진) 신부. 25일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한 그는 먼발치에서 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노 대통령과 송 신부의 첫 만남은 1982년 여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변호인단 면담 자리에서였다. 이후 85년 부산민주시민협의회, 87년 6월항쟁 국민운동부산본부를 함께 꾸리며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낼 정도의 애정을 쌓았다. 노 대통령은 그를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내게 도움을 많이 베푼 분”이라고, 송 신부는 노 대통령을 ‘그놈’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송 신부는 25일 “80년대 중후반 차가운 길거리에서 나라를 걱정했던 그 당시 그 마음을 5년 동안 갖고 살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지역과 세대간을 아우르는 대동(大同)사회를 이룩하는 통치철학을 가져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심부름꾼이라는 각오로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중요한 것은 세대간, 지역간, 빈부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함께 어우르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나타났듯 2000만명이 (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으려면 자기 자신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신부는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를 요술처럼 넘겼고, 그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던 것만큼 앞으로도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며 “세계 전체가 화해 기운으로 가는데 이런 문제를 못 풀 이유가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좀더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대화로 풀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 외국 경험이 없어 외교와 관련해 능숙하지 못한 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송 신부는 이어 “개혁은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 위에서 추진되어야 하고, 특히 재벌개혁은 공정한 분배와 기업간의 올바른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신부는 “언론의 자유는 확실하게 보장돼야 하고 또 보장될 것으로 믿는다”며 “언론도 국익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보도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할 뿐 아니라 노 대통령도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지 말고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부산에서 올라온 각계 인사들과 국회의사당 맞은편 설렁탕집에서 30여분 만에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부산행 전세버스에 오르기 직전 송 신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 또 이번 청와대 참모진과 각료에 386세대들이 대거 들어간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불안하지만, 그만큼 개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국민들이 한번 믿고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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