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北 돈주고 정상회담… DJ 노벨상 수상 가치잃어”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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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햇볕정책을 반대해 온 미국의 유력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5일자 본판과 자매지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 사설에서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문제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연관지어 비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신문은 ‘김정일에게 돈 바치기(Paying Off Kim Jong Il)’라는 사설에서 “한 한국기업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2억200만달러를 (북한에) 몰래 지불했다는 폭로가 있은 후 돈으로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고 썼다.

신문은 이어 “이러한 남북간의 돌파구는 노벨위원회가 김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북한이 돈을 받기 위해 정상회담에 참가했기 때문에 이 상은 이제 전적으로 받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신문은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북한에 지급된 돈은 훨씬 더 많으며 이 돈은 북한군이 재래식 무기와 핵 개발에 필요한 부품들을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지난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전에 약속된 한국의 특사를 만나지 않은 이유가 ‘돈 우려내기’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그가 뇌물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신문은 “이제 한국인들은 지난해 보여줬던 반미주의에서 벗어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장해온 대로 더욱 신뢰할 만한 채찍과 당근식 접근법의 장점을 보게 될 것이며 노무현(盧武鉉) 한국 대통령당선자는 뇌물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뉴욕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조원일 총영사는 이날 뉴욕의 WSJ 본사에 전화를 걸어 “사설 내용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짜깁기한 것일 뿐”이라고 항의하고 정정을 요구했으며 7일에는 직접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홍콩 주재 강근택 총영사도 홍콩의 AWSJ 본사로 찾아가 피터 스타인 편집국장과 레지널드 추아 논설실장 등에게 한국 국민과 정부를 모독했다며 해명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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