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5억 김정일 통치자금 쓰였을것”

  • 입력 2003년 2월 5일 23시 13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현대상선이 북한에 비밀송금한 2235억원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북한에 지원된 2235억원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재외공관을 통한 달러벌이가 줄어들고, 조총련의 송금이 끊기면서 외화난에 시달려 왔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남한에서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김 위원장의 통치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며 현대상선이 보낸 자금이 통치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절대 권위를 갖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든다”며 “예컨대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며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명록(趙明祿·차수)의 중병 치료비 등 측근 관리에도 달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실제로 김 위원장이 닭 공장(양계장)이나 용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관정(우물) 개발 현장을 순시할 때도 격려금을 반드시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절대권력을 누리던 아버지에 비해 통치기반이 취약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통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해 5월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 교육 설비를, 신흥지구 혁명전적지 운영단위에 윤전기재를 전달하는 등 현지지도를 나갈 때마다 각종 기자재를 선물로 전달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김 위원장의 물자 전달은 월 평균 2회 이상 이어졌다고 통일부가 매주 발간하는 주간북한동향 591호는 밝히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한 해에만 경제 군사 등 207개 단위에 걸쳐 79일간 현지지도를 실시했으며 군부대 방문시에는 쌍안경과 자동소총 등을 선물한 것으로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했다.

현대의 사업 파트너인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위원장 金容淳·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대남 기구로서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기 때문에 아태평화위 계좌로 흘러간 대북 송금액은 대부분 김 위원장이 직접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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