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패가망신 발언 왜 나왔나]친인척-당직자에 청탁 쇄도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49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6일 민주당 당직자 연수에서 “‘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고 경고해달라”고 주문한 것은 ‘집안 단속’의 성격이 짙다.

‘연고주의 정실주의 문화를 청산하고 상식과 원칙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대국민 약속을 지키려면 집권여당인 민주당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노 후보의 소신. 그는 3, 4월 대선후보 경선 때도 “똑같은 물건인 데도 학연과 지연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문화를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꾸준히 역설했다.

대선 승리 직후부터 노 당선자 주변에 온갖 청탁이 들끓을 조짐을 보인 것도 그가 ‘패가망신’이란 격한 표현을 구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핵심측근은 “일부 공무원은 노 당선자의 먼 인척에게까지 인사 청탁을 했고, 측근과 주요 당직자들에겐 ‘인수위원회에 꼭 들어가게 해달라’는 민원이 집중됐다”며 “노 당선자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차단하자’며 작심하고 말한 것 같다”고 전했다.

노 당선자는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다면평가제를 도입해 인사를 시스템화한 이유에 대해 “인사 청탁이 너무 많아서…”라고 회고할 정도로 청탁문제 해결에 몰두해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의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패가망신’이란 표현은 좀 너무 나갔다”는 반응도 나왔다.

노 당선자도 5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때 4월 민주당 지구당 당직자의 단란주점 불법영업 문제로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데 대해 해명을 요구받자 “미국 링컨 대통령도 매일 민원인을 만났고, 사리에 맞지 않는 청탁이 있어도 군사령관에게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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