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盧당선자, 엘리베이터 먼저 타십시오"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7시 2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23일 첫 청와대 오찬 회동은 주로 북한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관계를 화제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배석자 없이 이뤄진 회동 후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각각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을 통해 짤막하게 대화 내용을 발표했다. 박 공보수석과 이 대변인은 "국제관계에 대한 얘기가 길었으며, 김 대통령은 노 당선자에게 외국과의 정상회담 경험에 관해 설명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동내용은 밝혀지지 않아 앞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속에서의 정국운영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숙한 얘기가 오간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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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오전 11시 55분 경 청와대 본관 1층 현관 복도에 서서 기다리다 승용차 편으로 본관 앞에 도착한 노 당선자가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안으로 들어서자 악수를 청하며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이에 노 당선자는 김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다.

두 사람은 보도진의 사진촬영에 응한 뒤 회동장소인 본관 2층 백악실로 자리를 옮겼다. 걸어가는 도중 김 대통령이 "제주도에는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당선자는 "역시 제주도가 좋습니다. 오랫만에 바닷가의 보통영업하는 횟집에도 가봤습니다"라고 응대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 대통령이 노 당선자에게 먼저 탑승할 것을 권하자 노 당선자는 "그래도 되는 겁니까"하고 사양했으나 김 대통령은 "손님이니 먼저 타십시오"라고 말하며 노 당선자에 뒤이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 대통령이 "부인과 가족들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고 말하자 노 당선자는 "대통령님께서 여러 가지로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백악실로 이동한 두사람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 실장,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 박 공보수석 및 신계륜(申溪輪) 당선자 비서실장, 이 대변인 등 수행원들과 함께 잠시 환담을 나눴다.

김 대통령이 포도주 잔을 들며 "먼저 축배부터 듭시다"고 제의하자 노 당선자는 "감사합니다"고 답한 뒤 함께 건배를 했다.

노 당선자은 건배직후 "4월 28일 후보가 됐습니다. 후보가 빨리 되면 좋을 줄 알았는 데 해보니 후보기간이 긴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라고 선거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김 대통령은 "선거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것이 많지만 특히 건강이 중요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노 당선자가 "저는 대통령님께서 어떻게 건강관리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라고 묻자 김 대통령은 "저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잘못된 소문이 있어서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노 당선자는 "나중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했습니다"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어려움을 이겨내시고 잘 마치셨습니다"라고 거듭 축하를 표한 뒤 참석자들을 물리치고 단독 회동에 들어갔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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