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세대따라 盧-李후보 지지 양극화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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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통령선거 과정과 개표 결과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다른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감정이 여전한 가운데 세대간 대결이 겹쳐졌다. 예전에는 판세를 뒤흔들고도 남았을 메가톤급 이슈가 쏟아졌지만 표심은 요동치지 않았다. 조직선거가 퇴조한 자리를 미디어선거가 대체했다.》

▽세대간 대결양상〓20, 30대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50대 이상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 양상이 두드러졌다.

97년 대선에서도 세대별 특성은 있었으나, 세대대결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 30대 젊은층이 기성정치 질서와 사회주류에 반발하면서 세대별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세대 김기정(金基正·정치외교학) 교수는 “젊은층은 노 후보의 낡은 정치 청산 구호에 매료된 반면, 장년층은 이 후보의 안정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코리아리서치센터 김덕영(金德榮) 전무는 “다수인 젊은층은 투표율이 낮고, 소수인 장년층은 투표율이 높아 전체 득표수에서는 큰 차이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직 퇴조, 이미지 부상〓과거에는 각당의 그물망 같은 선거조직이 승패를 좌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직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000명 이상 청중이 모인 유세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후보의 이미지였다. 특히 인터넷으로 활발하게 정보를 주고받은 20, 30대 유권자들은 각 후보측이 상대방을 아무리 헐뜯어도 ‘저 후보는 이런 사람’이라고 각인된 이미지를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투표 순간까지 이런 이미지를 깊이 간직했다.

이는 미디어선거 때문이기도 하다. 전북대 권혁남(權赫南)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시대에는 잘 생기고, 말 잘하고, 연기력 갖춘 텔레제닉(telegenic)한 정치인이 각광받는다”며 “대규모 집회에 따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기는 했지만 후보를 정확히 알리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먹히지 않는 대형 이슈〓북한의 핵동결 해제 및 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 나포,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 시위, 행정수도 이전 공방,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 등 초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각 후보 진영은 선거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영향력은 미미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정훈(金廷勳) 이사는 “새 정치라는 화두에 가려 대형 이슈들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지 못했다”며 “두 후보간 지지율은 선거기간 내내 4∼8%의 격차를 유지했고, 대형 이슈가 터진 날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옛날에는 돌발변수가 터지면 전체 판세가 크게 출렁거리는 바람에 후보측의 ‘장난’이 통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유권자 의식의 성숙으로 대형 이슈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극화된 지역감정〓노 후보는 호남에서 91.6%의 몰표를 받았고, 이 후보는 영남에서 67.9%의 지지를 얻었다. 97년 대선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호남에서 92.0%, 이 후보가 영남에서 58.0%를 얻었던 것과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충청권의 경우, 이 후보가 충남 예산이 고향임을 내세우며 연고를 강조했지만 노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 때문인지 노 후보에게 25만여표나 뒤졌다.

전문가들은 20, 30대 유권자들이 부모의 출신지를 따라 투표하던 성향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정진민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레 이뤄지면 앞으로는 대선을 치를 때마다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약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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