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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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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윤(姜聲允)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은 “미사일 수출은 자주권 생존권의 문제”라며 반발할 것이다. 반발 제스처를 부각하기 위해 그동안 미뤄온 미사일 발사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반발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그동안 “배상만 제대로 한다면 미사일 발사실험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이번 나포사건은 북-일 수교 일정에는 근본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미사일 목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특히 북한이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회담한 후 발표했던 미사일 발사유예 선언의 의미를 퇴색시킬 사안이다. 그러나 결국 북-일 관계는 북-미협상의 결과에 따라 한 묶음으로 처리될 것으로 본다.

▽김기정(金基正)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북한은 우선 스페인과 미국의 나포행위가 국제법상으로 적법한지에 대해 문제를 삼고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기회에 이 같은 조치가 “대북 경제봉쇄가 가져온 결과”라며 거꾸로 미국에 협상을 먼저 제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문제 해결의 대가로 북한의 체제보장과 경제 제재 완화를 일괄적으로 타결짓고자 하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대이라크 전쟁 이후에 전개될 미국 행보의 예고편처럼 보여서 한국으로서는 상당히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선국면, 대미 촛불시위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미국은 올 초부터 꾸준히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대해 경고해 왔다. 미사일 수출 의혹이 있는 북한의 군수 업체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취했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6일 “북한은 세계 최대의 미사일 기술 확산자”라고 사전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우선 북한이 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수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선박의 목적지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예멘 소말리아 케냐 등은 9·11테러 이후 미국이 예의 주시하는 곳이다. 미국으로서는 이 지역에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이 수출된다는 점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다만 미국측의 첫 반응이 매우 신중한 것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영태(鄭永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관련해 간접적이고 모호한 정보만 알려져 왔으나 이번에 수출 사실 자체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의 명분이 될 수 있고, 북-미 관계에 난관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이 ‘미사일 수출은 우리의 주권에 해당한다. 미국이 관여하려면 보상을 하라’며 정공법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 정부는 ‘나쁜 행동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미사일 수출 중단 조치를 강력히 촉구할 것이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문제는 북한 핵 문제와 맞물려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신속히 대처해 국민의 불안을 최대한 해소시켜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