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외화벌이 계속” 포석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금강산 지역을 나진 선봉과 신의주에 이어 3번째 특구로 지정하고 금강산관광지구법을 채택한 이면에는 금강산관광을 계속 이어가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깔려 있다. 물론 금강산 지역에 대한 관광지구 지정이 오래 전부터 예고돼 온 것이긴 하지만 남한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법을 선포한 북한 지도부의 ‘시점 선택’을 보면 특히 그렇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강산관광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직접 특구 지정을 언급했을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관광객 1인당 100달러의 입산료를 포함해 적지 않은 외화를 벌어다 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 변화나 남한 내 차기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북한 지도부의 희망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법조문을 들여다보면 금강산 특구 활성화를 통해 외자유치를 본격화하려는 의도가 여러 군데에서 엿보인다. 관광지구법 7조에서는 개발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투자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다. 8조에서 개발업자가 관광지구 개발과 관광사업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그 권한의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게 양도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을 통해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24조에서 자유로운 외화 반출입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세금은 내지 않되 시설이용료나 토지사용료 등은 내야 하기 때문에 총비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금강산 현지 관광지구 관리기관 구성시 ‘개발업자가 추천하는 성원’을 포함시킨 것은 사업시행과정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로 보인다.

25조에는 금강산 특구 외 다른 지역으로 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는 “금강산을 통해 관광대상 구역을 인접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영수(金英秀) 서강대 교수는 “발표된 금강산관광지구법은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어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그는 이어 “금강산 특구는 신의주행정특별구와 달리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개발의 자율권을 축소시킨 측면이 있다”며 “철도 도로가 연결되고 남북간에 합의된 4대 투자보장합의서가 발효돼야 금강산 특구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강산관광지구법 주요 내용
조항내용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금강산특구에 북한 주권 적용
자유로운 투자 허용, 재산 법적 보호
금강산관광지구법2조관광 허용대상-남한 주민, 해외동포, 외국인
8조개발업자가 하는 관광지구 개발과 영업활동에 비과세
11조천연기념물 명승고적 파손 금지, 환경보호 기준 보장 의무
16조관리기관 운영자금은 수수료로 충당, 관리기관은 관광객으로부터 관광지 입장료 받을 수 있음
20조금강산관광지구 외 다른 관광지 관광 가능
24조정해진 전환성 외화 사용 가능, 자유로운 외화 반출입 허용
26조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는 정해진 관광표지기만 사용(태극기 사용 불가)
28조관리 및 관광에 지장을 주는 사람은 손해보상 등 제재 가하거나 엄중할 경우에는 추방도 가능

북한이 제시한 관광객 주의 사항
유의 사항범주구체적인 내용
휴대 금지품목총 폭탄류무기 총탄 폭발물 흉기 무전기
고배율 촬영기재고배율 망원경 사진기 녹화촬영기
유해물질독약 마약 방사성물질 등 유해물질, 전염병 발생지역의 물건
기타사회질서 유지에 지장주는 각종 인쇄물 그림 글자판 녹음녹화물, 애완용이 아닌 짐승, 이밖에 관광과 관련이 없는 물건
준수사항관광 제한관광지구 관리기관이 정한 노정에 맞춰 관광
촬영 제한관광과 관련없는 대상 촬영제한
환경보호혁명사적지 등 관광자원 손상주는 행위 금지

(법을 어길 경우 손해보상 등의 제재 및 추방한다고 명시.)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현대, 금강산일대 ‘50년 이용권’ 획득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지구 선포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큰 전기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현대는 특히 금강산 일대에 대한 50년간 이용권을 얻어낸 데 대해 고무된 표정. 지난 4년간 ‘기약 없는 투자’로 불렸던 금강산 관광의 사업성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아산 김윤규(金潤圭) 사장은 25일 기자회견을 자청, 중장기 투자계획을 밝히고 “국내외 투자자 유치 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구 지정은 금강산 관광 투자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불투명성이 법적인 차원에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이 때문에 머뭇거리던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작업도 한결 유리해졌다.

현대는 지금까지 금강산 개발에 5억달러의 관광 대가 외에도 부두 등 시설 장비에 1억4000만달러를 들였다. 현대아산은 내년까지 1억2000만달러, 2004년 2억6000만달러, 2005년 2억1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이후 총 18억6700만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 자체적으로는 여력이 달려 국내외 투자가들을 유치해야 한다.

김 사장은 “현재 일본과 미국의 몇몇 기업이 카지노, 테마파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들이 금강산에 투자할 경우 현대는 토지임대 분양료 형태로 수입을 챙긴다.

그러나 특구 지정은 최소한의 법적 문제가 해결됐을 뿐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대아산은 관광 시설이 확충되고 육로관광이 시작되면 관광객이 내년에 30만∼40만명, 2006년 이후에는 1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가 잡고 있는 금강산 관광의 손익 분기점은 연간 50만명 선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환경보호기준 구체적 나열 눈길

금강산관광지구법을 보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환경조항과 관광객 금지조항이다.

먼저 관광지구법 1조는 이 법의 성격을 ‘관광지구의 개발과 관리운영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금강산의 자연생태관광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개발업자에게 오염물질의 배출기준, 소음, 진동기준 같은 환경보호기준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호시설과 위생시설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다른 분야에 관한 법조문이 구체성이 결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투자 가능 산업에 ‘공해가 없는’ 첨단과학기술 부문도 포함시켰다.

관광객 금지조항들은 현재 금강산관광객이 유의해야 할 사안을 담은 ‘관광세칙’을 법제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 25조는 이 법을 위반한 사람을 추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형사처벌 조항까지는 담고 있지 않다.

종전과 다른 대목은 관광지구법 18조. 18조는 “관광객이 단독으로 또는 집체적으로 자동차와 같은 기재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는 ‘렌터카’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적어도 금강산 지역 내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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