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합의 막판 진통]'역선택' 암초에 연기 또 연기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9시 16분


21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여성연합 초청 토론회에(왼쪽),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는 MBC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 서영수기자, 안철민기자
21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여성연합 초청 토론회에(왼쪽),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는 MBC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 서영수기자, 안철민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측과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측의 후보단일화 재협상은 21일 오전 10시까지만해도 순조롭게 마무리되는듯 했다.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과 통합21 민창기(閔昌基) 홍보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3명씩 총 6명의 협상단은 20일 오후 7시부터 21일 새벽까지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1025호에서 밤샘 협상을 벌였다.

협상팀은 오전 8시경 “협상은 타결됐으며 오전 10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기자실에 알려왔다.

그러나 오전 10시 기자회견은 “협상단이 호텔에서 출발하는 것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30분 연기되더니 ‘오전 11시’로 다시 연기됐다. 결국 민주당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10시50분경 “죄송하다. 양측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자회견 시간은 결정되면 발표하겠다”며 사실상 무기 연기를 알렸다.

이 같은 소동은 정 후보가 오전 9시50분경 합의 내용을 보고받고 ‘한나라당 지지자의 역(逆)선택에 대한 방지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통합21 김행(金杏) 대변인은 오전 10시반경 “한 가지 문제가 걸려 오전 11시 발표는 어렵다”고 당에 알려왔다.

오전 11시5분경 협상장인 그랜드힐튼호텔 1025호 방문 앞에선 신계륜 실장이 휴대전화로 당 지도부에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통화 도중 “‘5%’를 받아야 하는지…”라고 말하며 무척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옆에 있던 김한길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의 얼굴에도 피곤과 짜증이 잔뜩 배어 있었다.

신 실장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여기 오면 안 돼, 이러면 안 되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합의됐나.

“…….”

-표정이 안 좋다.

“지금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문제이다.”

-합의가 안 됐나.

“글쎄…. 이러면 (취재하면) 안 된다니까.”

김 본부장에게도 같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오전 11시25분경 협상팀은 “각자 당사로 돌아간다”며 취재진을 속인 뒤 협상장을 서울시내 모처로 바꿔버렸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민주당에서 통합21측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3시경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당사를 떠나다 기자들과 만나 “저쪽(통합21)이 너무 심하게 시비를 걸어와 단일화 깨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5분경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이 “노 후보께서 오늘 일정에 있던 ‘4시반 전국영양사 초청 정책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기자실에 알려왔다. 노 후보가 직접 협상 내용을 챙기기 시작한다는 것으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의미한다.

선대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아무리 ‘단일후보’란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産苦)라지만 이 정도 진통이면 아이를 낳아도 열 번은 낳았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정 후보는 오후 3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 발의’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가진 뒤 “협상대표단과 통화를 하려 했으나 전화가 모두 꺼져 있어 연락을 못했다”며 구체적 협상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그는 “오늘 안으로 좋은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타결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오전 노 후보도 “오늘 저녁까지는 잘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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