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 가지게됐다" 논란…평양방송 보도

  • 입력 2002년 11월 18일 18시 26분


AP 로이터 등 일부 외신은 18일 서울발 기사로 ‘북한 국영 라디오방송이 처음으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이 인용한 내용은 17일 오후 방송된 북한 평양방송 보도. 평양방송은 이날 ‘미국은 국제적 합의와 협정들을 파기한 장본인’이라는 보도에서 “미제의 증대되는 핵 위협에 대처해서 우리(북)는 자기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수단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방송내용 중 ‘가지게 됐다’는 표현은 지난달 25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라는 표현과 달리 현재 핵무기를 보유중임을 시인했다는 것이 외신보도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외신들의 보도에 부담을 느낀 듯 첫 보도 이후 하루 만인 18일 오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문제의 평양방송 보도내용을 다시 방송하면서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둔 채 “가지게 됐다”를 “가지게 되어 있다”라고 고쳐 내보냈다.

북한측의 태도는 예측된 것이기도 했다. 평양방송 보도내용 중 ‘가지게 됐다’에 이어 나오는 문장이 “미국이 우리를 그러한 길로 떠밀고 있다”로 돼 있어 핵무기 보유사실을 시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국내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평양방송 보도는 심리전 차원의 언급일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핵 카드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이른바 ‘NCND’(핵을 갖고 있는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 전략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이번에는 미국에 대한 반발강도를 높이기 위해 마치 핵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일부러 ‘가지게 됐다’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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