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47개법안 재의결]180여명 출석…여론의식 자리지켜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8시 38분


의결 정족수 미달사태로 무효 논란을 빚고 있는 47개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장. - 박경모기자
의결 정족수 미달사태로 무효 논란을 빚고 있는 47개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장. - 박경모기자

의결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무효 논란을 빚었던 47개의 법안을 재의결한 12일 본회의장에는 근래 들어 재적의원 272명 중 가장 많은 180여명의 의원이 출석했다.

일부 의원들의 지각으로 예정보다 20분 늦은 오전 10시20분에 본회의가 시작됐으나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의원 등은 회의 시작 10분 전부터 자리를 지켰다.

▽전자투표〓이날 47개의 안건은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전날 예고한 대로 모두 전자투표로 처리했다.

첫 번째 안건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상정된 지 1분 만에 ‘재석 165, 찬성 155, 반대 2, 기권 8’이란 투표 결과가 본회의장 앞쪽 양편의 대형 전광판에 선명히 나타났다. 이날 47개 법안 중 11개 법안에 대해 1∼3명의 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의원들은 각 법안에 대해 찬반 버튼을 누른 후에는 일제히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주시, 투표 결과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의원들이 전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버튼을 눌렀다가 전광판 자신의 이름 앞에 빨간색 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찬성’ 버튼을 다시 누르기도 했다. 몇몇 의원은 정황상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 의원들 사이에서는 “버튼을 잘못 누른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의결 도중 국회 직원을 불러 사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이날 전자투표는 기계 오작동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 47개 법안을 의결하는 데 50분이 걸렸다.

▽모두 제자리〓의원들의 저조한 출석이 문제가 돼 국회 개원 사상 초유의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평소와 달리 도중에 자리를 뜨는 의원이 거의 없었다.

일부 의원은 본회의장 뒷좌석에 설치된 언론사 카메라를 자주 쳐다보는 등 언론에 신경을 썼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석하지 못한 일부 의원은 소속당 원내총무에게 결석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의결’ 불만〓본회의 개의 직전 의석에서는 재의결 및 전자투표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현경대(玄敬大) 의원은 “특별히 ‘이의가 있다’는 안건에 대해서만 전자투표를 하면 되지, 왜 전부 표결을 하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했다. 개의 예정시간인 10시가 좀 지나자 어떤 의원은 “의결정족수가 됐는데 왜 빨리 회의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등 재의결 결정을 내린 박 의장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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