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방북 해외 반응]“고이즈미의 對北 도박”

‘역사적 방북’ ‘놀라운 사건’ ‘냉전적 적대감을 끝낼 수 있는 움직임’….

세계 각국의 언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북한 방문 소식을 30일 일제히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또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으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 큰 진전을 볼 것이며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정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소식을 일제히 1면 톱기사 또는 톱뉴스로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석간에서 1면과 2면, 23면 등 3개면을 할애해 “이번 방문으로 북-일 국교정상화 논의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대북관계를 놓고 고이즈미 총리가 도박을 시도했다”면서 “회담 성과는 아직 미묘하며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도 불투명하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NHK는 “이번 방북은 북-일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일본인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문제뿐만 아니라 미사일, 핵문제와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괴선박 문제 등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납치의혹이 제기되어온 아리모토 게이코의 부모들은 “그간 양국 적십자회담과 외무 국장급 협의가 있었으나 갑자기 총리가 방북하게 돼 놀랍다”며 “우리 아이가 돌아올 수 있도록 확실히 교섭해 주기 바란다”고 총리에게 주문했다.

○…보리스 말라호프 러시아 외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계획을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 진전으로 평가한다”면서 “북-일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수십년간에 이르는 냉전적 적대감을 끝낼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와세다대학 정치학자인 야마모토 다케히코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 주변국의 신뢰를 얻기 위한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미국의 강경책을 상쇄하기 위한 의도”라면서 “다시 재개된 유화정책으로 평양은 미국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를 얻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관영 ORT방송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놀라운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한반도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아직도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 국가로 규정되고 있는 북한이 더욱 광범위한 약속을 이행하리라는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