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분자 신고는 지역번호+82”…타임誌 北전화번호부 분석

  • 입력 2002년 8월 27일 17시 59분


최근 일본에 유출된 북한의 전화번호부가 북한 내부의 생활상 및 비밀 업무에 대한 귀중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 최신호(9월2일자)가 보도했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기업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박사는 총 373쪽에 5만개의 개인 및 단체 번호를 담고 있는 이 전화번호부는 1995년 발간된 것으로 북한의 고위공직자들에게만 배분되는 일종의 ‘정보집’인 것으로 분석했다. 에버스타트 박사는 “각 정부 부처 및 정보기관 그리고 일부 군사기관의 리스트 등이 포함돼 있는 이 책이 북한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준다”고 평했다.

전화번호부에는 ‘반동분자 및 수상한 이웃’ 등을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지역번호+82) 번호가 게재돼 있으며 이 핫라인은 북한 전역에서 24시간 가동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또 18쪽에 달하는 ‘평양’ 섹션의 대부분은 정부 부처 및 정부기관의 전화번호로 채워져 있는 반면 음식점 목록은 1쪽에 불과,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 권력구도가 중앙집권화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타임은 분석했다.

또한 당의 선전 도구로 케이블TV가 이용돼 왔다는 점도 전화번호부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학자는 “이 전화번호부는 북한의 핵심 권력에 있으면서도 내심 권력에 불만을 품고 있는 내부자로부터 나왔기에 반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 여름 두만강을 건넌 한 탈북자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된 이 전화번호부는 일본에서 복사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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