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박지원으로 통한다”

  • 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57분


한나라당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2일 이례적으로 박 실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정치개입 사례를 폭로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정치 불개입’을 선언했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는 현 정권의 핵심실세인 박 실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우선 의무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가 주도하고 있는 병풍(兵風) 공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모든 정치공작의 배후에 박 실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의원총회에서도 “박 실장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낙마시켜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병풍 수사를 둘러싼 박 실장과 송정호(宋正鎬) 전 법무장관의 갈등이 송 전 장관의 경질 배경이라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민주당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긴 했지만 한나라당은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 인사청문회 증인 선정과정에서 박 실장의 증인 채택을 강력히 요청했다. 박 실장이 장 총리서리의 발탁에 개입했다는 게 이유였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국정조사의 증인 대상에도 박 실장을 포함시켰다. 박 실장이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에 개입해 공적자금 낭비를 초래했고, 신용보증기금에 보증청탁을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고위당직자는 “우리가 ‘박지원 때리기’를 계속하는 속뜻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선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박 실장의 손발을 묶어 두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박 실장이 김 대통령과 독대를 자주하면서 국정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른 것이란 얘기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도대체 박 실장이 무엇에 개입했는지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정례브리핑에서 “번번이 청와대를 들먹이며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모두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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