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 "87년 실종 정경식씨 숨진뒤 시신 옮겨져"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0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987년 실종돼 야산에서 유골로 발견된 대우중공업 창원공장 노동자 정경식씨(당시 28세)가 당시 수사결과와는 달리 시신 발견 장소에서 숨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16일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유골이 발견된 토양에서 사체 부패 때 발생하는 유기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되지 않았고, 목을 맨 끈에 피가 묻은 흔적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정씨는 다른 곳에서 숨진 뒤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유골이 9개월간 동일 장소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의견도 함께 공개했다.

진상규명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정씨 사건을 지휘했던 최광태(崔光太) 대구고검 검사를 조사하기 위해 12일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최 검사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최 검사를 상대로 현장 증거물에 대한 타살 혐의 부분을 수사했는지와 당시 자살이 아닌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고의로 무시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 검사는 이날 각 언론사로 보낸 반박문에서 “정씨 사건은 의문사가 아니기 때문에 진상규명위가 조사해선 안 되며 따라서 진상규명위에 출석해 피진정인으로서 조사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정씨가 노조지부장 선거과정에서 있은 폭행사건으로 이모씨에게 고소당한 뒤 합의금 150만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을 비관해 공장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유족들은 정씨에게 충분한 돈이 있었고 상식적으로 자살로 볼 수 없는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타살된 뒤 사체가 유기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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