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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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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일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북한 파견을 철회하며 특사파견에 대한 북한 측의 회신 지연과 서해교전을 그 이유로 들었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서해에서의 난폭한 해상 충돌이 대화 진행을 수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이 2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에서 백 외무상과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화 재개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무부는 이날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의 회동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선 미국이 남북장관급 회담 등 남북대화와 북-일 대화의 추이를 지켜보고 북-미 대화 재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루나이 북-미 외무장관 회동 가능성 외에 다음달 7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열리는 경수로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도 북-미 접촉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집행이사국이기 때문에 대표를 보낼 예정이지만 누가 가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EDO의 미국 측 대표는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이다. 켈리 차관보에 앞서 당초 대북특사로 거론됐던 그가 북한에 가게 될 경우 북-미간에 대화재개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속 깊은 이야기가 오고갈 개연성이 높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유감 표명으로 인해 브루나이와 신포에서 북-미 접촉이 이루어질 경우 양국의 대화 분위기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북한의 유감 표명은 한미일의 대북관계에 선순환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비춰볼 때 북한에 본질적인 변화가 있기 전에는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양국관계 개선에 큰 진전이 있기는 어렵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