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97년 이회성씨와 공모의혹

  • 입력 2002년 7월 24일 19시 07분


민주당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24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동생 회성(會晟)씨가 97년 대선 당시 국군 의무사령관이던 전태준(全泰俊)씨를 만나 이 후보 아들 정연(正淵)씨의 병역비리 은폐를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회성씨가 97년 대선 직전 이석희(李碩熙) 당시 국세청 차장의 소개로 전씨를 만난 사실이 한나라당 내부문건에 나와 있다”며 문건 사본을 제시했다.

문건에는 “이석희씨가 사용하던 롯데호텔 객실을 이회성씨가 안기부 안가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의무사령관 같은 고위 공직자를 이석희씨의 소개로 만날 때 상대의 신분을 고려해 객실을 사용했을 뿐 그곳에서 기업인들을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신 의원은 또 “전씨는 신검판정 군의관 등에게 정연씨의 정밀 신체검사가 담겨있는 서류(신검부표)를 파기할 것과 함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며 “병역문제가 불거지자 97년 부랴부랴 신검부표를 파기했고 관련자가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의 주장 중 이회성씨와 전씨의 97년 대선 직전 회동 부분은 사실로 밝혀졌다.

한나라당은 “신 의원이 제시한 문건은 세풍사건 변호인단이 재판기록을 요약한 것으로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다”며 ‘참고자료’라는 제목이 붙은 11쪽짜리 문건 원본을 공개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회성씨가 전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만난 시점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무렵이다. 병역문제는 7월에 제기됐고 7∼9월 사이에 이 후보 지지도가 급락했기 때문에 이들이 그때 만나 은폐 대책회의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신 의원이 주장한 신검부표 파기 의혹에 대해서는 관계자 모두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전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회성씨를 만났지만, 은폐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정연씨가 신검을 받은 것은 91년 2월이고, 신검부표는 보존연한이 5년으로 96년 2월에 파기토록 돼 있어 내가 이회성씨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없어진 서류이다”고 일축했다.

전씨는 신검부표 파기 관계자 징계 부분에 대해서도 “국군춘천병원 장복용 원사가 징계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 원사는 97년 7월에 국회에서 병역문제가 불거진 뒤 조사를 해보니 그 전에 이미 부표가 파기됐는데도 문서관리 대장에는 파기 사실이 기록돼 있지 않아 부실기록 책임 때문에 경고를 받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96년 11월경 춘천병원이 인근으로 이사를 가게 돼 정연씨 신검사항이 들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창고에 쌓여있던 문서를 소각했다. 소각과정에서 지시나 외압은 없었으며 내 판단에 의해 실시했다”면서 “문서 소각으로 징계를 받은 것을 늘 억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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