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립내각 말바꿨다" 공방전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19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중립내각’ 제안을 놓고 서로 상대 당의 대통령후보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비난 공방을 벌였다.

▽이회창 후보의 말바꾸기?〓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총재 시절에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다면 좋은 인재를 각료로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이번에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나눠먹기식 개각은 안된다면서 각료 추천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또 그동안 이 후보가 중립내각을 요구했던 과거 발언 자료를 제시하면서 “자기네가 줄기차게 요구하다가 막상 우리가 수용하면 거부하고 달아나는 것은 청개구리식 대응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000년 12월5일 당3역 간담회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여권의 연말 당정개편 때 각료 추천 의사가 있음을 밝혔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당시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야당이 장관 몇 자리를 받고 거국내각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생각에서 추천 제의가 있다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었다.

올 들어서도 이 후보는 동아일보 신년인터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대통령에게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해왔다.

한나라당은 줄곧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을 요구하다 5월 6일 김 대통령이 탈당하자 ‘위장 탈당’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의 말바꾸기?〓반면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불과 1주일 전 KBS라디오에 출연, “민주당 처지에서 도움도 안되면서 의심만 받고 시비만 걸리는 내각이기 때문에 중립내각을 하든 무슨 내각을 하든 관심없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4일 갑자기 중립내각안을 들고 나온 것을 문제삼았다.

노 후보는 지난달 7일에도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열린 ‘금동미륵 회향 대법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쇄신파의 거국중립 내각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으며 나와 상의하지도 않은 사안이다. 그렇게 되기도 어렵거니와 큰 효험이 있겠느냐”고 말했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20여일 전까지만 해도 중립내각에 부정적이던 노 후보가 대선의 공정한 관리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취지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씌워진 부정부패 책임을 털어내려는 속셈으로 중립내각을 갑자기 주장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따라서 중립내각 구성 주장은 노 후보 특유의 진실성이 결여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노 후보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중립내각 관련 발언록
이회창 후보노무현 후보
·김대중 대통령이 당적과 총재직을 포기하고 각료 추천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할 의사가 있다(2000년 12월5일 당3역 간담회)
·내각을 유능하고 전문적인 사람으로 구성해서 누가 봐도 중립내각이라고 할 만하게 해야 한다(2002년 1월2일 동아일보 인터뷰)
·중립내각을 구성해 국정 마무리와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2002년 4월23일 문화일보 인터뷰)
·(중립내각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큰 효험이있겠느냐는 게 내 입장이다(2002년 6월7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처지에서 도움도 안되면서 의심만 받는내각이기 때문에 중립내각이든 무슨내각이든 관심없다(2002년 6월28일 KBS라디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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