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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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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쇄신파와 노 후보의 구상은 필연적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긴장관계를 촉발할 수밖에 없다. 쇄신안의 내용들이 거국중립내각 구성, 아태평화재단 국가헌납 등 DJ 결단의 영역에 속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치부패 근절을 위한 토론회’ 격려사에서 “개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기극복이며 살을 베는 각오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 함께 하는 동지와 조직, 집단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며 ‘비장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닿아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한 걸음 나아가 “곧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방선거 전 거국중립내각 구성 및 김홍업(金弘業)씨 검찰 자진출두를 촉구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DJ와의 관계 재정립’은 민주당 쇄신의 1단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DJ와의 절연(絶緣)만으로 민주당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아예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해 ‘제2의 창당’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 노 후보의 ‘친위그룹’이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는 쇄신작업의 전망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노 후보 자신부터가 아직 주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지역 정당연설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더러 차별화를 하래요.‘(DJ를) 밟고 넘어가자’ 이렇게 얘기합니다. 심지어 광주에서 저를 지지해준 분들도 우리가 다 이해해 줄테니 밟고넘어가자고 합니다. 필요하면 밟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건국 후 우리가 노벨상 받은 건 처음이지 않습니까.”
노 후보는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오히려 ‘인물론’으로 현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뜻이 더 강한 편이다. 그는 서울지역 정당연설회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누가 부정부패를 청산할 수 있습니까. 정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그 일을 할 후보라면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심판을 받고 정권을 넘겨야 합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부정부패에 관한 한 확실히 준비된 후보입니다. 어떻게 그들에게 새로운 정부를 맡깁니까.”
또한 지방선거 이전 거국중립내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선 시일이 촉박하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두고 당 쇄신의 그랜드플랜을 확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거국중립내각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는 얘기에 대해 “대표도 모르는 최고위원회의를 한다는 말인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현 내각이 사실상 중립내각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