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서청원(徐淸源)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이후 대선까지를 염두에 두고 ‘역(逆) 정계개편’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민주당과 자민련의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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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함 의원 입당 직후 “사전에 공작적으로 자민련 소속 의원들을 접촉한 일은 없고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오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용환(金龍煥) 신경식(辛卿植) 의원 등 당내 충청권 중진들은 자민련 의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직간접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자민련이나 무소속 의원 중 한 명이 한나라당 행(行)을 택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되고, 정계는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의석분포 (5월30일 현재, 단위:명) | |
재적 의원 | 264 |
한나라당 | 132 |
민주당 | 112 |
자민련 | 14 |
민국당 | 1 |
미래연합 | 1 |
무소속 | 4 |
그러나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을 예로 들며 “민주당이 ‘식물국회’라는 욕을 먹으면서까지 원 구성을 무산시키고 있는 바탕에는 국민들 사이에 정치권 전체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켜 민주당이 의도하는 정계개편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저의가 담겨 있다”고 역공을 했다.
함 의원 탈당 직후만 해도 “지방선거 전에 입당시키면 괜히 민주당에 정계개편 빌미만 줄 수 있다”며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던 한나라당이 돌연 함 의원 입당을 받아들인 것도 민주당의 기도를 사전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다.
여하튼 자민련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 같은 각축 속에서 점차 내부 위기의식이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이후에 본격적인 ‘자민련 와해’에 나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탈당설이 돌고 있는 의원들은 “당이 어렵다고 전쟁(선거)을 치르는 도중에 도망치는 비겁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지방선거 이후의 거취에 대해서는 “정계개편 흐름과 당의 대응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과반 마이너스 1석’이 정계개편의 서곡이 될지 여부는 지방선거 결과 충청권의 정치 지형이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