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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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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국 14명의 국가원수를 비롯한 수백명의 외빈이 한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공석으로 행사의전에서부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을 계기로 입국하는 13개국 국가원수 가운데 6개국은 국가원수 공식방문 절차에 따라 관례상 국회의장과 만나야 하지만 의장이 공석이 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31일 3부 요인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월드컵 개막식도 마찬가지 상황. 또한 당장 31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 54주년 기념식은 물론, 6월 6일 현충일 행사도 입법부 수장이 없는 행사로 치러지게 됐다.
원 구성 실패로 민생현안 처리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각종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이고 정부와 민주당이 재촉해 온 예보채 차환동의안 처리와 한나라당이 별러온 권력비리 특검제 도입 및 공적자금 국정조사 요구안도 동반표류가 불가피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의 공석으로 각종 법률안과 청원이 국회에 접수되더라도 해당 상임위에 회부할 수 없게 됐다. 초당적 논의가 필요한 국가적 주요 현안이 발생해도 소관 상임위조차 개회할 수 없는 반신불수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2월 국회의장의 중립화를 위해 ‘당적 이탈’까지 합의했던 ‘개혁정신’을 되돌리는 반(反) 개혁적 행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법 개정에 참여했던 민주당 송훈석(宋勳錫)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의장의 중립화 취지에 맞게 자유투표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정당당하다”며 “무당적 의장 자리를 놓고 서로 우리 당에서 해야 한다고 싸우는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의장단이 구성되지 않은 채 임시국회 회기가 끝남에 따라 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경기) 민주당 김민석(金民錫·서울) 강현욱(姜賢旭·전북) 박광태(朴光泰·광주) 의원 등도 뜻하지 않은 ‘불법 상태’에 빠지게 됐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이들이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 국회의원으로 복귀하겠다고 나설 경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