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아들이 왜 돈세탁을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09분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드러난 것만 16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돈세탁했다는 검찰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의문은 왜 대통령의 아들이 돈세탁을 해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의문은 당연히 그 돈이 무슨 돈이고 또 어디에 사용하려던 것이기에 돈세탁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확대된다.

그 돈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마련된 재산일 경우 그런 탈법적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출처 자체가 불온할 것이라는 추론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동안 항간에 떠돌던 얘기대로 지난번 대선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돈을 아태재단의 이름으로 관리하다가 이번에 그 일부가 들통난 것이라면 그것은 김 대통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검찰조사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홍업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받은 뇌물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결코 죄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소문난 부패 국가인 동남아 후진국도 아니고 명색이 국민의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권력이 이권마다 개입해 왔다면 경제를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어떻게 외국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덧붙여 따져 보아야 할 것은 과연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기 위해 범죄집단에서나 하는 돈세탁 과정을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개인이 모아두고 사용할 목적일 경우 그토록 치밀하고 철저하게 번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 돈이 혹 아태재단으로 들어가 훗날 정권이 바뀐 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준비된 것일 가능성은 없을까.

이번에 밝혀진 16억원이라는 돈은 홍업씨가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의 전부가 아니고 단지 그가 돈세탁 과정을 거친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 이외에 그가 부당하게 모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철저하게 파헤쳐야 할 것이며 이들 돈의 출처와 그리고 용처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국민의 분노를 달래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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