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YS와 미워도 다시한번…＂

환경미화원 경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3김(金) 전략’의 딜레마는 그 자신이 ‘3김 정치 청산’을 정치적 명분으로 내걸고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양대 선거에서 3김의 현실적 득표력을 활용해야만 하는 그로서는 자기 철학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최대 고민이다.

▽상도동과의 관계 변하나〓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최고위원은 11일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방문하기 앞서 기자들에게 “YS는 한나라당에 애증(愛憎)을 갖고 있지만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애(愛)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YS와 1시간40분 동안 저녁식사를 한 뒤 “YS가 굉장히 좋아하셨다”며 한나라당과 상도동의 가교역을 자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일주일 쯤 뒤 이 후보도 상도동을 예방할 계획인데, 뭘 좀 준비해 갈 생각이다. 상도동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핵심 전략통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좀 다른 얘기를 했다. 올해 대선에서 누가 이길지 확실해지기 전에는 YS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후보 역시 YS의 마음을 얻기 위해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였다.그는 “이 후보가 아무리 극진히 해도 YS는 당분간 냉랭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 분은 아마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고 예측했다.

▽충청권 쟁패〓이 후보는 12일 충남 천안과 대전의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누구의 비위를 맞춰 곁불을 쬐지 말고 당당하게 충청의 힘으로 대장정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어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원장이 “민주당이 충청 지역에서 자민련을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려 한다. 이미 자민련의 시대가 끝났다. 몇몇 인사가 머지않아 한나라당에 합세할 것이다”고 가세했다.

이 후보의 JP 대응책은 국회에서 정책공조는 추진하되, 선거에서는 정면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JP에 대한 충청권 주민들의 정서를 감안, 자극적인 공세는 펴지 말라고 지시해놨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JP가 궁극적으로 대선에서 민주당과 손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일부 충청권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하지만, 충청권과 자민련 내의 반(反) 민주당 정서가 강해 일시적 연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JP에 대해서도 정계 원로로서 예우는 하되 정치적 연대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립 내각 압박〓한나라당은 그동안 DJ에 대해 “정권 연장에 집착하지 말고 진정한 의미의 중립 내각을 구성하면 국가 원로로서 예우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다만 DJ가 실제로 정치에서 손을 뗀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게끔 그동안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식돼온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을 물러나게 하고, 권력형 비리 수사의 전권을 검찰에 일임해야 한다는 요구를 덧붙이고 있다.

이 후보의 한 특보는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박 실장과 신 원장은 막후에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며 “만약 이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통령의 정치 관여 의사가 남아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우리로서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