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가 받은 수표 300장은 무슨 돈?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39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 규모와 성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8일 “홍걸씨에게 100만원권 수표 300장을 줬다”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최씨가 이미 검찰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검찰도 계좌추적을 통해 최씨의 돈이 홍걸씨에게 건너간 것을 이미 확인했다는 뜻이다.

최씨의 전 비서 천호영(千浩榮)씨도 “최씨가 지난해 3월 서울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홍걸씨를 직접 만나 100만원권 수표 200장을 봉투 2개에 나눠 건넸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이 돈이 최씨가 D사에 매각한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3만8000주의 매각대금 9억원 중 일부로 지난해 3월 최씨 관련 계좌에 입금된 뒤 100만원권 수표 300장으로 출금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돈이 TPI가 지난해 2월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된 데 대한 대가로 홍걸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씨가 지난달 14일 김현섭(金賢燮) 대통령민정비서관과의 통화에서 “홍걸씨에게 넘긴 수표를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검찰 소환 일정을 늦춰달라”고 한 것도 돈의 출처가 밝혀지면 치명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씨가 또 다른 청탁의 대가로 홍걸씨에게 3억원을 줬을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홍걸씨가 동서인 황인돈씨를 통해 최씨의 돈을 수시로 전달받았다는 천씨의 주장도 이미 일부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황씨가 지난달 29일 검찰 조사에서 “최씨의 심부름으로 쇼핑백을 한 차례 홍걸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

황씨는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TPI 주식 1만3000주도 “내 것이 아니다”고 진술해 실소유주가 홍걸씨임을 사실상 시인했다.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가 지난해 4월 포스코 측에 판 TPI 주식 20만주의 매각대금 70억원 가운데 최씨에게 건넨 25억여원의 일부가 홍걸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홍걸씨가 최씨에게서 TPI 주식이나 돈을 받았다 해도 청탁 대가성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걸씨가 돈과 주식을 받았다는 시점은 TPI의 복표 사업자 선정 직후인 지난해 3∼4월에 집중돼 있다. 홍걸씨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대가를 받았을 개연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홍걸씨가 최규선씨에게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과 주식
시 기내 용비 고
2001년 3월“홍걸씨에게 100만원권 수표 300장 전달했다.”최규선씨가 김현섭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 주장. 검찰 계좌추적 중.
2001년 3월“황인돈씨가 최씨 돈이 담긴 쇼핑백을 홍걸씨에게 수시로 전달했다.”천호영씨 주장. 황씨도 쇼핑백 한차례 전달 시인.
2001년 4월“홍걸씨가 황씨를 통해 TPI 주식 1만3000주를 차명보유했다.”황씨, “주식 내 것 아니다” 시인. 검찰 실소유주 추적 중.
2001년 4월“송재빈씨가 최씨에게 건넨 25억여원 중 일부가 홍걸씨에게 건너갔다.”검찰, 홍걸씨 유입 여부 수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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