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탈당결심 안팎]임기말 국정안정 노린 고육책

  • 입력 2002년 5월 3일 23시 1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조기에 민주당 당적을 정리하기로 결심한 데는 무엇보다 대선정국에 휘말리지 않고 임기 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자의(自意)보다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주변 여건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창당하고 키워온 민주당에 대해 강한 애정을 보여왔다. 하지만 대선정국이 다가오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여야 정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고 아들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늦췄다간 실기(失機)하고 만다는 압박감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홍업(弘業) 홍걸(弘傑)씨의 검찰소환이 임박했다는 점도 김 대통령의 탈당 결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두 아들을 둘러싼 비리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 문제의 조기 수습과 동시에 민주당 탈당을 결행해 정국 전환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 대통령이 탈당 직후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키로 한 것도 대선 중립 의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의 탈당 결심에는 또 ‘민주당에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겠다’는 원려(遠慮)도 배어있는 듯하다. 아들 문제로 노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거나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민주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기 싫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탈당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민주당 내 기류도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탈당이 이른바 ‘홍(弘)3 정국’을 수습하는 데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무당적’의 김 대통령을 중립적 대통령으로 존중할지도 의문이다.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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