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나라당 정계개편 기류 감지"

  • 입력 2002년 4월 29일 15시 49분


민주당 후보·대표 정국논의
민주당 후보·대표 정국논의
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29일 민주당 기자실을 방문해 정계개편 등 정치현안 문제에 관해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정계개편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내의 ‘공감대’ 를 언급한 것과 관련, “구체적으로 밝힐만한 교섭이나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면서 “감지되는 기류가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화보]노무현의 일생역정

▼관련자료▼

- 盧후보 MBC 인터뷰 요지
- 盧후보 CBS 인터뷰 요지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문= 노 후보가 한나라당에서도 (정계개편에 대해) 공감대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는데.

▲답= (웃으며)그것은 밝히기 곤란하다. 실제로 구체적으로 밝힐 만한 교섭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특정하며 근거를 말할 만한 수준까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 감지되는 기류가 있다. 분명히 한국 정치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 문= 지각 변동은 지방선거 전후 중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답= 나는 그전부터 정계개편을 주장해왔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은 후보가 앞장서기 보다 자연스런 변화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 나서서 행동 안 한다.

- 문= 정계개편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답= 우선 그 비판의 근거에는 분열주의가 깔려 있다. 자신들은 지역주의로 먹고 살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한국 정치가 되겠는가. 의원 자리 보전 정도가 아니라 국가 운명을 책임 지겠다는 지도자가 지역주의로 정권 잡으려 해선 안된다.

- 문= 야당 경선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정계개편을 주장하고 있는데.

▲답= 야당 경선은 5월 9일 마감되고, 이미 사실상 후보가 확정돼 있다. (정계개편의) 정확한 시기를 말할만한 확정적 근거를 말할 수 없지만 지금의 정치구도는 유지될 수 없다.

- 문= 경선 이후에 정계개편 움직임이 야당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고, 그것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

▲답= 그렇게 볼 수도 있다.

- 문= 노선 정책 중심의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인가.

▲답= 정책 구도로 바뀌어야 한다. 노선이란 말을 써도 괜찮은데, 한국에서는 용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서….

- 문= 정계개편이 지방선거용이란 지적도 있는데.

▼관련기사▼

- 盧후보 정계개편 `공론화' 추진

▲답= 기자 여러분들은 아주 구체적인 과정을 예측해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겠지만 정치를 큰 틀에서 판단하고 구상하는 사람(자신을 지칭)은 경과 과정, 흐름을 중시한다.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균열이 시작됐다는 상황에 와 있다. 하나하나 사실을 말하면 오해와 억측이 생긴다. 그런 구체적 정보나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 전체적 틀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정치의 지역대결 구도는 상호의존적이다. 상호의존적 적대관계이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이 깨지면 다른 한 쪽도 깨질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은 엄청나게 변하지 않았느냐.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인사만 드리러 가는 것이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양쪽에 다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됐다는 것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여기에 기초해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간을 기다리거나 자연스런 변화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 문= 야당의 일부 인사에 대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는데.

▲답= 본시 그 분들에 대해 몇 달전에 염두에 두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꼭 해당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염두에 둔 적 없으나 꼭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 문= 야당 의원의 축하 전화 있었나.

▲답= 없다. 김종필 총재가 난을 보내 주셨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리고.

- 문= 청와대 가서는 무슨 얘기 할 것인가.

▲답= 준비된 얘기가 없다. 생각 안해봤다.

- 문= 신민주 대연합 이나 민주세력 결집에 대한 얘기?

▲답= 그것은 말씀 드리기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께서 먼저 덕담을 하지 않겠나. 그러면 거기에 대해 감사 인사 하고 당연히 건강 안부 묻고, 아주 의례적인 대화를 하게 되지 않겠나.

- 문= 6월 지방선거가 변화된 정치 지형 위에서 치러질 수 있을까.

▲답= 약간의 변화가 있지 않겠나. 약간의 상징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 문= 오늘 청와대에서 DJ에게 YS와의 화해 제의할 생각은.

▲답= 아직 빠르다. 인사 드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 문= YS의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YS가 지방선거 전에는 노 후보 지지 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답= 제가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이익될 만한 일이 있어도 조급하게 정치적 도움을 청하거나 거래한 적이 없다. 큰 방향만 제시하면서 거기에 맞는 상징적 행위로 인사하고, 말하면서 점차 구체적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 문= 충청권은 포기했나.

▲답= 그렇지 않다. 이인제고문의 이후 행보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인제 고문의 행보에 맞춰서 충청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인제 고문이 적극 참여해서 함께 손발을 맞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1차적이다. 그게 안되면 그 다음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항상 대안이 없거나 막혀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런 자세로 이 문제도 풀어나가겠다.

- 문=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민주세력의 결집을 얘기하며 민주당 중심으로 라는 표현을 뺀 이유는.

▲답= 그렇게 적혀 있었는데 읽으면서 굳이 그 말을 뺐다. 선택의 폭을 너무 좁혀 놓으면 융통성이 줄어든다. 그 객관적 상황과 사실이 (민주당 중심이란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 문= 그럼 민주당의 당명 개정도 생각하는가.

▲답= 내가 함부로 선택할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내 스스로 선택의 여지를 줄이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 문= 당명 개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답= 거기까지 가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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