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폭로정국 전면전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2분


한나라당은 2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를 포함한 권력형 비리의혹의 책임을 물어 김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뗄 것을 요구하면서 불응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위험수위를 넘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이자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맞서 정국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폭로한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간의 돈거래 의혹에 대한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정치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5월 2일까지를 전국 규모의 장외투쟁 기간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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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국정 2선 퇴진 요구〓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은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과 내각은 더 이상 국가를 이끌어갈 최소한의 권위와 존엄,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며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정에서 손을 떼고, 중립 내각이 모든 국정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이어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최성규(崔成奎) 전 과장의 해외 도피는 청와대가 주축이 된 범정부적인 방조에 의한 것이다”며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의 파면 및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박 대행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이나 정권퇴진 등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24일 대구-경북, 28일 부산-경남 대선후보 경선 후 가두시위를 벌이고 △2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청와대 및 민주당 대응〓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헌법과 법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월드컵 등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그와 같은 정치공세로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 아들들의 실정법 저촉 여부는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야당이라도 수사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헌법을 무시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설 의원은 “21일 낮 증인과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당사자가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것 같다.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의 대통령 국정 2선 퇴진 요구 등과 관련해 “우리는 그것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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