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규명위 위원장 두달째 공석…조사활동 올스톱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19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파행 운영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8일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이 위원회 조사과 직원들은 7일 위원회의 파행 운영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직원들은 의견서에서 “최근 의문사특별법이 개정돼 조사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의문사 사건의 조사 범위 등에 대한 변경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견서는 또 “최근 잇따른 위원회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위원회 간부들이 언론에 조사 결과를 유출한 조사관들에게 경위서를 작성케 하는 한편 징계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조사관들의 조사 의욕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진상규명위 직원들은 “현 시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두 달 가까이 위원장과 제1상임위원이 공석인 상태로 있어 조사관들이 조사 지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위 조사1과 조남관(趙南寬) 과장은 “서울대 법대 최종길(崔鍾吉) 교수 의문사 사건은 조사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공석인 상태라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현재 양승규(梁承圭) 위원장과 김형태(金炯泰) 제1상임위원이 유족들의 퇴진 요구에 따라 1월 중순 사표를 내고 현재까지 출근하지 않고 있으나 청와대는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등 운영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양 위원장은 5일 청와대에 의견서를 보내 “이번 주까지 본인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결정이 없을 경우 무단결근의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다음 주부터 위원회에 출근하겠다”고 밝혀 위원장 퇴진을 요구해왔던 유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족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정신개선 국민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양 위원장의 복귀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관들이 의문사에 대해 기존의 정부 발표와 같은 입장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등 위원회가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이모 변호사에게 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제의했으나 이 변호사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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