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처남 이성호씨 벤처비리 연루의혹]'로비몸통'인가

  • 입력 2002년 2월 28일 18시 44분


성황이룬 창립식
성황이룬 창립식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남인 이성호(李聖鎬)씨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창립 기념식에 대거 참석했던 한 벤처기업이 창업 10개월 만에 문을 닫아 새 의혹 사건으로 부상했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다. 손바닥 인식 보안 시스템을 판매하는 무명의 ㈜핸디텍코리아가 2000년 8월11일 창업식에 이씨 등 여권 실력자들을 여러 명 초청한 뒤 모기업인 ㈜핸디콤코리아가 투자자를 모집했다가 결국에는 두 회사 모두 도산해 투자자들만 돈을 날린 것.

이 회사가 모은 투자금이 얼마인지는 불분명하다. ㈜핸디텍코리아의 임원이었던 C씨는 “주주가 약 280명이고, 투자금은 3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들은 “9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자금 모금에 성공하고도 회사가 도산한 이유는 제품 판매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 손바닥 인식 장비가 너무 커서 아파트 등에 사용하기 어려워 경영난에 시달리다 세금 과태료 미납으로 불량거래자로 공시되면서 회사가 파산한 것.

관심은 회사 측이 애당초부터 회사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유력 인사들을 동원해 투자자들을 모았느냐 여부. 특히 개업식에 현직 건설교통부장관과 여당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 장면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그렇게 배경이 든든한 회사가 고작 3억여원의 세금 과태료를 못내 공중분해될 수 있느냐”며 도산 경위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핸디콤코리아의 임원을 지냈던 L씨는 “처음에는 손바닥 인식 장비가 잘 팔릴 줄 알고 의욕적으로 영업을 했으나 방만한 경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며 “㈜핸디텍코리아의 대표인 차중덕(車重德)씨도 인식 장비를 대한항공에 27대, 한진중공업에 9대를 파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다 나중에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차씨 역시 국내 언론에 배포한 해명서에서 “개업식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2001년 6월 미국에서 우리 회사 제품과 같은 품목이 수입돼 폐업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시각은 다르다. 경위야 어떻게 됐든 개업식에 참석한 여권 인사들의 면면을 보고 투자자들이 회사에 투자한 만큼 이들의 피해에 대해 여권이 도덕적 책임이 있고, 또 개업식에 참석할 정도면 다른 방법으로 회사의 뒤를 봐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대통령의 처남과 공직자들의 올바르지 못한 처신이 문제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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