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말로 안되면 회초리”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36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가장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도라산역 연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일견 모순돼 보이나 도라산역 연설에서의 언급은 대(對)테러 세계전략의 원칙을 말한 것이고, 기자회견에서의 언급은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한 구체적 해법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략과 전술의 차이인 셈이다.

문제는 남북 및 북-미 대화 같은 평화적 해결책에 북한이 호응해오지 않고,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이나 미사일 수출을 계속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이다.

한미 정상은 20일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직간접적인 ‘압박’을 계속하자는 입장만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당국자는 “북한의 선의에 상황을 맡기는 방법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북-미간 중간조정 역할을 접고, 미국편에 서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우선 한반도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WMD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과 5월 말 러시아 방문 때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미국은 북한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거부할 경우 북-미간 제네바합의 위반을 내세워 대체에너지(중유) 제공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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