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악의 축 발언 소신 변함없다"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3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러시아(옛 소련)를 ‘악의 제국’으로 표현했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를 계속했다”며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넌지시 떠봤다.

북-미 문제를 어디까지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선배 대통령’이라고 말해온 레이건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 김 대통령은 15일 청와대로 각계 원로들을 초청한 자리에서도 이 일화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반응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그의 대북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는 “나도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그러나 북한 주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 전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악의 축’은 북한 정권을 지칭한 것”이라고 밝힌 뒤 도라산역 연설에서는 “북한 주민이 정권의 부속품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고 한 걸음 더나아갔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방침을 천명하면서 북한 정권이 변할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였다.

부시 대통령이 자유를 거듭 강조하고 선과 악을 2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그의 독실한 기독교신앙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 또한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는 평소 “종교적 믿음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술고래였던 그가 40대에 금주한 것도 세계적 부흥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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