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부시 엇박자 여전…DJ "對北 견해차 없다"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2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정상회담 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양 정상의 발언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공산주의자들을 믿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내가 생각할 때 미국의 정책과 우리 정책 사이에는 근본적 견해차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그 근거로 △한미 동맹관계의 필요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공동대처 △대화를 통한 해결방식에 대한 공감대 등을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상호 일치된 목표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북정책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며 한미간에 시각차가 없음을 재삼 강조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비록 시각차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김 대통령과는 다른 대북 인식을 갖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김정일(金正日) 정권에 대해서는 인식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강한 불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는 이날 ‘악의 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북한 정권은) 투명하지 않고 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도라산역 연설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가장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김 대통령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희망하고 있으며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서방국들과의 외교관계를 확대하는 등 변화와 개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