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찬의원 부시를 惡의 화신 지칭 물의

  • 입력 2002년 2월 18일 23시 50분


민주당 송석찬 의원(가운데) 한나라당 윤두환(왼쪽) 이규택 의원
민주당 송석찬 의원(가운데) 한나라당 윤두환(왼쪽) 이규택 의원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18일 대정부 질문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지칭해 가뜩이나 내정(內政)을 둘러싼 대립으로 어수선한 정국에 외환(外患)까지 겹치는 양상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그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한 데다 청와대까지 송 의원의 발언을 질책하고 나서 발언의 파문은 상당기간 이어질 조짐이다.

▽발언 경위〓송 의원이 이날 대정부질문을 통해 ‘폭탄 발언’을 할 것이라는 소문은 민주당 내에서 당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송 의원의 타깃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당 지도부는 송 의원이 부시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공격하고 나서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대정부질문 후 당 지도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고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상수(李相洙) 총무 등이 “발언이 과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송 의원의 발언 중 당으로서는 대단히 적절치 않은 표현이 있었다”며 “이는 송 의원 개인의 의견일 뿐 당의 견해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송 의원 본인은 “내 소신에 따른 발언”이라며 속기록 삭제까지 거부하는 등 강하게 버텼다.

▽청와대 반응〓송 의원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황당해하는 반응이었다. 여당의원이, 그것도 부시 대통령 방한 하루 전이란 민감한 시점에 부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의 도가 컸던 것.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민주당 내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깨고 이례적으로 민주당 지도부를 강하게 질책한 것도 송 의원 발언에 대한 불쾌감과 충격을 입증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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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격〓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도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야당 총재를 ‘악의 뿌리’로, 우방국 원수를 ‘악의 화신’으로 매도하는 송 의원을 누가 국회의원으로 여기겠느냐”며 송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남 대변인은 “송 의원이 대정부질문 후 ‘악에 화신’에 관한 내용은 당과 협의했다고 말했다”며 “이는 송 의원 개인차원의 발언이 아닌 민주당의 전체시각 아니냐”고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19일 국회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 질문이 속개될 경우 송 의원의 발언을 집중 추궁키로 했다.

▽송 의원 사과〓대정부질문 내용에 대해 ‘소신’이라고 버티던 송 의원은 청와대의 강한 질책과 당 지도부의 발언취소 및 사과 요구가 이어지자 국회에서 회견을 자청, 공개사과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는 ‘악의 화신’ 표현과 부시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였다’고 한 대목은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 이 총재의 잘못된 민족관과 대북관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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