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비전과 과제’ 보고서 의미와 주요 내용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44분


《‘10년 뒤 한국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14일 발표된 ‘2011 비전과 과제’ 보고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16개 국책·민간연구소가 해당 분야를 맡아 작년 6월부터 추진해온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한국의 ‘싱크 탱크’들이 만든 미래전략 보고서인 셈. 경제 사회 문화 등 16개 분야에 걸쳐 290여명의 각계 전문가가 36차례의 토론회를 잇달아 열어 의견을 조율했다. 작년 10월에 나온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시민단체와 민간연구소의 대표, 해당 부처 공무원 등이 토론한 내용을 반영해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했다. 연구의 진행을 맡은 김주훈(金周勳) KDI 장기비전팀장은 “기본적으로 참가자들의 합의를 통해 각 분야의 최종적인 제언 내용을 결정했으며 이견이 있는 내용은 보고서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 대안을 해당 부처가 검토해 필요한 부분을 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및 성장요인 전망
시기 잠재성장률
(실질성장률)
생산성 증가
1971∼80 8.4(7.4) 2.8
1981∼90 7.6(8.6) 3.0
1990∼2000 6.8(6.1) 3.4
2001∼10고성장 5.1 2.7
저성장 4.4 2.2
2011∼20고성장 4.1 2.2
저성장 3.3 1.6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작성됐던 국가발전 종합보고서의 전례에 비춰볼 때 정권이 바뀔 경우 ‘사문서화(死文書化)’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조직 등 공공부문의 문제점과 정치개혁에 대한 지적은 최종보고서에서 빠져 ‘옥에 티’로 남았다.》

▼모든기업 상호출자 규제 필요▼

▼은행 소유제한 得 보다 失 많아▼

▽기업경영 투명해야〓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제도를 손봐야 한다. 상장 및 등록법인의 회계관련 규정을 증권거래법으로 이관해 규제를 엄격히 하고 감사 보고서에는 주석과 함께 감사인과 피감사인의 거래관계를 밝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주된 재무제표를 개별재무제표에서 연결재무제표로 바꾸고 금융기관이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상시평가를 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신용평가회사의 설립을 등록제로 바꿔 경쟁을 촉진하고 외국신용평가회사의 진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기업집단의 상호출자금지 규제는 기업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모든 기업집단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규제의 중심은 기존의 행태중심규제가 아닌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계열구조를 이용한 시장지배와 확장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기업집단의 독점력을 남용하는 기업에 대한 계열분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금융자율성 높여야〓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시스템 위기’ 예방과 건전성 감독목적에 한정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 금융기관의 자율, 책임경영체제를 세워야 한다.

국유화된 금융기관의 민영화를 신속하게 추진하되 은행의 정부지분 일부는 국내외 투자자에게 팔고 나머지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완전 민영화와 부분 민유화(民有化)의 병행’으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은행주식 보유한도 규제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배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기보다 국내 자본시장 육성을 늦추고 투자목적의 은행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크다. 따라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은행소유에 관한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 사무국과 금융감독원의 이원적 감독체제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선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부문별 순위
구 분 1996 1998 2000
국내경제 4 34 20
국제화 43 46 30
정 부 33 34 26
금 융 40 45 34
사회간접자본 34 31 31
기업경영 28 34 32
과학기술 25 28 22
인적자원 21 22 27

▼인천공항주변 자유도시 검토▼

▼특정지역 영어공용화 도입을▼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한국을 동북아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생산활동에 적합한 기업환경과 외국인을 위한 주거 문화 교육환경을 갖춰야 한다. 자유무역지역을 늘리고 인천국제공항 주변에 ‘자유도시’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창의성과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정지역에 외국어 공용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영어 조기교육, 영어 상용(常用)대학 설립 등을 앞당겨야 한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세계경제의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일 3국은 물론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끌어들여 지역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급쌀 생산으로 농정 전환을〓농업정책은 쌀증산정책 대신 고급쌀 생산과 경영규모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또 직접지불제를 통한 정부보조를 늘리고 도시자본을 끌어들여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교통인프라 투자의 60%가 넘는 도로부문 투자비중을 55%로 낮추는 대신 철도와 항만에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대도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천연가스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의 보급을 늘리고 연료품질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도권 주변에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토지이용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과감히 넘겨 수도권 중심 개발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민영화와 에너지가격 합리화정책을 계속해야 하며 전력가격 누진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부(部)단위 중앙행정기관을 단계적으로 대전으로 옮겨 ‘서울-대전의 양대 행정거점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학교운영권한 학교에 넘겨야▼

▼방과후학교 설립 적극 지원을▼

▽학교 자율성 높여 교육혁신〓교육행정당국이 학교교육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현행 평준화 제도에서는 학교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교육행정체제를 단위학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하며 중앙정부는 정책기획이나 평가 등 핵심적인 역할만을 맡고 학교운영에 관한 모든 업무를 학교로 대폭 넘겨야 한다.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해 획일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당국의 통제와 관리는 의무교육대상인 중학교까지로 한정하고 사립고교에 대해서는 교사보수체계 등 자율권을 보장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대학의 기부금입학제도는 받아들일 만한 기준을 정해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대학입학제도의 개선이 병행돼야 하며 학교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사립대학에도 국공립대학과 같은 수준의 세제혜택을 줘 대학간의 경쟁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자율적 노사관계 정착돼야〓시장의 흐름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중립을 지키면서 법치주의를 확립, 자율적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는 완화하되 비정규직은 보호를 강화해야 하며 노사정위원회는 합의기구에서 협의기구로 전환해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방과후 학교’의 설립 등을 지원, 육아부담을 줄여야 한다. 여성채용목표제, 남녀차별 고용주에 대한 제재강화가 필요하다.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 부담률은 2030년에 13%, 정부지출의 20.6%로 현재의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 돼 부담능력에 한계가 온다. 사회복지체제를 유지하려면 소득보장수준을 낮춰야 한다.

건강보험의 지출억제를 위해 진료량이 아니라 질병의 유형과 증상에 따라 일정액을 의사에게 지급하는 ‘포괄수가제’를 실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사회가 부담할 수 있는 진료비 총액을 정해 공급자가 배분하는 ‘총액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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