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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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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불거졌던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와 ‘정현준(鄭炫埈) 게이트’가 연초부터 정치권을 후끈 달궜다. 그리고 9월 이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2차 진승현 게이트’, ‘윤태식(尹泰植) 게이트’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연말까지도 정치권은 짙은 의혹의 안개에 휩싸여 있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씨가 지난해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하루 만에 풀려나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와 정치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 제기가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인척, 조직폭력배, 검찰 간부를 비호세력으로 지목해 공세에 나섰다. 10월 국정감사에선 여권 실세들의 실명까지 거론함으로써 파문이 확산됐다.
그 와중에 ‘2차 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이 또한 지난해 12월 검찰이 진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축소 은폐를 했다는 의혹 제기였다. 그 결과 국가정보원의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 정성홍(丁聖弘) 전 경제과장 등 핵심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검찰에도 불똥이 튀었다. 민주당 당료 출신인 최택곤(崔澤坤)씨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차관에게 진씨의 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져 신 전 차관도 구속됐다.
‘수지 김 살해 은폐 조작 사건’의 주범 윤태식씨의 정관계 주식 로비 의혹은 2001년 정치권 게이트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윤씨의 기업 설명회에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고, 그 중엔 윤씨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에는 구 여권이 민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윤씨가 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김 대통령을 두 차례나 대면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한 해가 저무는 데도 게이트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용호 게이트는 여야가 특별검사제 도입에 합의함으로써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의 재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을 다시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진승현 게이트의 여진(餘震)도 심상치 않다. 특히 진씨가 지난해 4·13총선 당시 여야 후보 30여명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언제 정치권을 겨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윤태식 게이트 역시 검찰 수사가 이제야 본격화되고 있어 ‘아직 열리지 않은 상자’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벤처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진승현씨와 함께 단기간 내 수천억원을 벌었던 벤처기업가 ‘Q씨 게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 실세 A씨, 야당 중진 B씨 등이 연루된 엄청난 비리가 있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99년 벤처기업 활황기에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벤처기업과 정치권의 ‘검은 거래’가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면서 내년 대선 가도에서 언제 어떤 형태로 무슨 지뢰가 터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의 해인 내년은 정치권이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신할 가능성이 커 정치자금을 둘러싼 여야의 난타전도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윤종구·부형권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