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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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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측에선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북측에 의심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당사자로서 괴선박이 자신의 배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당시 상황을 해명하는 것이 온당한 태도가 아닌가. 북측이 과거처럼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특히 미국의 9·11 테러사건 이후에는 스스로를 더욱 위험한 상태로 몰아넣는 결과만 부를 뿐이다.
지금 세계는 테러 비상이 걸려 위험 집단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비상한 시국에 북측이 과거 행태대로 일본에 괴선박을 보내 사단을 일으켰다면 북측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동북아 안보에도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
일단 그렇지 않아도 순탄치 않았던 북-일(北-日) 관계가 이번 사건으로 더욱 냉각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 걱정스럽다. 얼마 전에는 일본 경찰이 자금 불법유용 의혹을 빌미로 재일(在日) 조선인총연합회 중앙본부를 압수 수색했고, 북측에선 이에 반발해 일본인 행방불명자(납치자) 소재파악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북-일 관계가 개선은커녕 악화되기만 한다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어떻게 될 것인지 북측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동북아 지역안보에도 파장을 일으킬 공산이 큰 이유는 괴선박이 침몰한 곳이 중국측 EEZ였다는 점, 일본측 순시선이 먼저 사격을 가했다는 점 등이다. 우리는 또한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마당에 이번에 ‘과잉 대응’ 논란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런 대목은 앞으로 일본정부가 선체 인양 등 철저한 사실 관계 조사를 통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도 드러났듯이 북한에 대한 주변국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우리가 달라진 국제정세에 맞춰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촉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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